▲성곡미술관 ‘vanishing 사라지다’ 전시전경. (제공=성곡미술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은 부단히 무언가를 채우려 노력하지만, 이내 허탈함에 빠지곤 한다. 그것은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살아가거나 이미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민수, 권재현, 김효숙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 ‘vanishing 사라지다’는 평면, 설치,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모두 3개의 공간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공간은 권지현 작가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권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과도한 경쟁 속에서 본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외롭고 쓸쓸한 현대인을 그렸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강민수 작가의 회화와 설치 작품을 통해 유년기의 모습과 그 시절의 충만한 시절을 그린다. 12점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공간은 조각을 전공한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사적인 경험과 기억으로 그려낸 가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작가는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인의 삶에서 물질만 쫓으며 인간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에게 이러한 가상의 공간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싶다.
한편 세 번째 전시실의 김효숙 작가는 캔버스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개인적 경험의 파편들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의 자아를 매개한다. 작가의 유년시절, 잦은 이사를 하며 느끼고 고민했던 정체성의 문제를 개발지역에서 살면서 접했던 건축 현장의 자재와 긴밀하게 연결시켜 표현했다.
이번 전시 ‘vanishing 사라지다’전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리고 놓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사라져버린 기억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관객은 바쁜 일상을 전시를 통해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것이다.
전시는 서울시종로구 경희궁길에 있는 성곡미술관에서 9월 14일까지 진행한다.
▲강민수, ‘Idyll-wald(숲)’, 혼합매체, 100×174cm, 2014. (제공=성곡미술관)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