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제2기 내각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정종섭 안전행정, 김명수 교육, 정성근 문화체육관광 등 장관 후보 3명에 대한 보고서 채택 시한(14일)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의 거취와 관련해 고민에 빠졌다.
애초 이들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시한은 박 대통령이 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낸 지난달 24일부터 20일이 되는 13일이었지만 이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민법을 적용, 14일로 하루 늦춰졌다. 박 대통령이 다음날인 15일부터 10일 이내에 국회에 다시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재송부 요청 여부부터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 송부 재요청은 박 대통령이 해당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절차로서 뒤집어 말하면 재송부 요청 대상에서 빠지는 장관 후보자는 곧 지명철회가 되는 셈인 것이다.
이들 세 후보에 대한 보고서가 야당의 거센 반대로 채택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14일까지 이들의 거취를 고민한 뒤 재요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선택에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경우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어렵게 마련됐던 ‘소통정치’의 발판에 다시 ‘숨통’이 막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세월호 참사 후속 입법과제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반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일부 후보자를 포기하자니 총리 후보 연쇄낙마에 이어 다시 재연된 ‘인사실패’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국정운영 공백 지속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청문회에서 논문표절 등 겹겹이 쌓인 의혹이 거의 해소되지 않은데다 청문회를 거치며 오히려 자질 논란이 더해진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한 만큼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을게 확실시되지만 최대 고민은 정성근 후보자의 거취에 쏠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위증 논란’으로 파행으로 치달을 때만 해도 청와대에서는 정종섭 후보자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정치공세가 그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청문회가 정회한 뒤 정 후보자가 국회 앞의 한 식당에서 ‘폭탄주 회식’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여론이 더 악화하자 청와대 내에서도 정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됐다.
이에 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13일 일부 기자와 통화에서 ‘폭탄주 회식’ 논란에 대해 “왜 자꾸 사고를 치는지 모르겠다.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내부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 후보자에 대한 논란과 당의 입장, 여론 등이 모두 보고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에 보내는 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다분히 ‘요식절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고민의 시간을 더 벌기 위해 이들 세 후보 모두에 대해 재송부 요청을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새누리당도 정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방침이지만, 입법부 다수당으로서 책임도 있는 만큼 국무위원으로서 적절성 여부를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내부 입장정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미 ‘보호막’을 거둬들인 상태여서 사실상 낙마할 후보자가 1명이냐 2명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4일 “최종 임명은 임명권자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라며 “논란이 된 후보자의 적격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도 정 후보자의 위증 논란과 음주 문제에 대해 “그런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조금 걱정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김명수 후보자,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청와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를 바꾸는 혁신위원회 이준석 위원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일부 후보자 같은 경우 답변 과정에서 ‘정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임명권자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라면 청문회는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임명권자가 임명을 철회하든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든지 두 가지만 있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맞다"고 답하는 등 당 일각에선 정 후보자에 대한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