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11일 야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등 자질 논란에 휩싸인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할지 아니면 야당의 지명철회 요구에 응할지가 정국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로부터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받고서 “잘 알겠고, 참고하겠다”고 답변했으며, 특히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야당의 비토대상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드러난 이들 후보에 대한 여론 추이 등을 살펴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지만 박 대통령이 야당 원내지도부와 첫 회동을 하고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불통 논란’ 불식에 나선 상황에서 이들 3명을 모두 임명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총리 후보자 2명이 연쇄 낙마한 상황에서 이번에 또 일부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은 내각 인적쇄신 작업이 또다시 흐트러지게 되고, 새 인물을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국정공백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들 3명의 거취에 대한 선택이 향후 정국 흐름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된 셈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부담이 큰 만큼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당분간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이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명의 장관(급) 후보자의 임명 시기와 관련해 “미리 청문보고서가 (국회로부터)넘어온 것도 있고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보고서도 있는데 절차에 따라 한꺼번에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미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잠시 보류하면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고민의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김 후보자 외에는 정종섭, 정성근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장관으로서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문제가 아닌 야당의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야당의 요구대로 3명을 모두 지명 철회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정성근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새정치연합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일정 자체가 취소돼 불발됐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야당은 두 후보자 모두에 부적격 결론으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요구했고 우리는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이라며 “야당이 아예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해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김 후보자는 한번만 만나 보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고, 정성근 후보자는 장관이 되고자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라며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교문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회의를 할 수 없다”면서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도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정종섭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채택에 반대하고 불참의사를 전달해 회의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자기표절, 탈세 의혹까지 빠진 것이 없고, 특히 군복무 중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시간강사까지 한 것은 사실상의 탈영”이라며 “정 후보자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안행부 장관으로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