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위한 공간’,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제공=갤러리 도스)
서울 삼청로 소재 갤러리 도스에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서정배 작가의 개인전 ‘#55 사유의 장치’에는 가상의 인물 ‘키키(Kiki)’가 등장한다.
시종일관 관조적인 자세로 키키는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생각한다. 작가는 키키를 통해 작가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관찰하고, 상념에 잠기며, 일기를 쓰듯 삶을 기록한다.
작품은 키키의 기록을 통해 현실이나 허구의 사건을 설명하고 기술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한 개인의 작은 역사를 보여주고, 나아가 내면의 성장 과정을 드러낸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친 작가에게 키키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경험들 즉, 소소한 기쁨이나 즐거움은 물론 그 이면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공허, 상실과 불안 등을 묘사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야기가 있는 텍스트와 그 내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시킨 거울, 캐스팅, 네온으로 이루어진 설치작업이나 드로잉으로 옮긴 일기 등이 나열되어 있다.
특히 거울과 빛(네온)은 작가에게 중요한 장치가 되는데, 이는 관념이 보이지 않듯 거울은 잡히지 않는 허상을 담고 그 형상 또한 빛이 없다면 드러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작가는 일상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감정과 사유를 위한 장치를 발견하길 원하고 있다. 관객들은 전시장에서 작가의 시적인 상징물을 조합하고 자신의 삶에 다시 대입해보게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갤러리 도스에서 ‘게으른 노동’이라는 주제로 예술이라는 낭만적 노동에 대한 6명의 작가들의 관점을 보여주는 릴레이 전시로 진행된다. 서정배 작가의 이번 전시 ‘#55 사유의 장치’는 그 첫 번째로 마련됐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