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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용석 교수의 ‘스포츠와 인권’<15>…넷볼에서 찾는 학생의 권익

모두가 동등한 역할을 하는 소외자 없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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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4.07.04 12:08:13

호주의 AIS(Australian Institute of Sport)는 한국의 태릉선수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종합 트레이닝 센터다. 


1980년에 설립된 이 시설은 태릉선수촌과 달리 국가대표선수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어리고 재능 있는 학생선수를 조기 발굴해 우수한 엘리트선수로서의 성장을 지원한다. 학생선수의 학업 역시 지원한다.


2001년 필자가 선수로 있던 고려대학교 농구팀은 전지훈련 차 AIS에 방문했다. 


5개의 코트가 있는 커다란 경기장 규모에 놀랐고, 최상의 훈련을 위해 운동 수행, 회복, 의학, 학업까지 지원하는 선수육성 체계에 다시 한 번 놀랐다. 


AIS는 선수지원부(Athlete Service), 응용과학연구부(Research & Applied Science), 운동수행(Sports Performance), 전략 및 관련부서(Strategy & Relations) 등의 4개 조직이 유기적으로 선수들을 지원한다.


3주간 전지훈련 중의 꽉 찬 일정은 체력에 자신 있던 필자에게도 버거웠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하루 4회의 운동을 했다. 짧은 기간에 최대의 훈련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모두가 운동이었다.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혀 걷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밥을 먹고 운동시간 전까진 살기 위해 잠을 자야했다. 날이 갈수록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져갔고, 신체 조건과 능력이 월등한 상대팀과의 경기는 부담이었다.


고된 하루, 하루를 지내던 중 농구코트 옆의 여자선수들의 훈련을 구경하게 됐다. 여자선수들의 아름다운 외모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농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유형의 경기였다. 난생 처음 보는 종목이다. 농구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골대에 백보드가 없다는 것과 드리블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자선수들이 백보드도 없는 골대에 던진 슛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골망을 갈랐다. 우연하게 접한 이 운동이 넷볼(net-ball)이란 것은 수년 후 대학원에서 수업 때 알았다.


넷볼은 결렬한 몸싸움이 수반되는 농구와 달리 몸싸움이 금지돼 있다. 드리블이 제한돼 있어 패스를 통한 이동만이 가능하다. 이는 학생의 안전한 스포츠 참여를 보장하는 핵심 규칙이다. 넷볼의 포지션과 역할, 그리고 경기장의 구조는 학생의 평등한 스포츠 참여를 위한 인권 친화적 규칙과 안배가 곳곳에 숨어있다. 넷볼 포지션과 그에 따른 코트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넷볼의 코트는 3등분 돼있다. 포지션별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 공격과 수비의 활동구역은 서로 맞물려있다. 표 2와 같이 ‘GS와 GK’, ‘GA와 GD’, ‘WA와 WD’, ‘C와 C’의 활동구역은 같다. 


구역을 건너 띄는 패스는 할 수 없다. 각각의 지역을 순차적으로 지나야만 득점 가능한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즉 신체능력, 경기력에 상관없이 포지션에 따른 각각의 역할과 활동이 반드시 수반돼야 이길 수 있다. 넷볼은 참여인원 모두가 동등한 역할과 책임이 분배돼 있어 학생 모두의 참여를 증진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다.


체육수업에서 모든 학생은 평등한 참여기회를 제공받는가?


대부분의 체육수업 내용은 농구, 축구, 야구, 배구 등의 근대 스포츠 종목이다. 승리를 목적으로 실행되는 근대스포츠의 특성상 일정한 수준의 경기력과 운동기능이 필요하다. 이는 경쟁적 활동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운동기능, 운동능력을 갖지 못한 학생을 암묵적으로 소외되게 한다. 


즉 스포츠는 내제된 규칙과 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신체능력이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을 ‘객체화’한다. 이러한 현상은 상대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여학생에게 심화된다.


체육수업에서 모든 학생의 참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근대 스포츠는 단체운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체종목은 팀(team)활동으로써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이 아닌 팀원 모두가 함께 했을 때 위력이 배가 된다. 하지만 학교체육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한사람 혹은 해당 종목을 접한 경험이 많은 소수의 학생이 주로 공격을 한다. 


나머지의 학생은 수비만 한다. 즉 ‘신체적 우월성’이 요구되는 근대스포츠 중심의 체육수업은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학생을 만든다.


모든 수업은 궁극적으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것이다. 체육수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교사는 학생의 요구와 능력을 고려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을 잘하는 소수의 학생을 위한 체육수업이 아닌 모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 개인의 문제로 귀속하기보단 차이를 극복하고 동등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은 학생의 관점에서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결과를 위한 경쟁보다 동등한 참여를 통한 즐거움이 중심이 된 체육수업을 통해 모든 학생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길 희망한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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