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형금융지주 계열의 저축은행들과 외국계 저축은행, 지방 토착 저축은행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업체 출신 저축은행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CNB=도기천 기자)
예금금리↑ 대출금리↓… 업계 판도 ‘흔들’
대부업 노하우→소매금융 파격 변신 예고
차원이 다른 영업방식…은행업계 ‘초긴장’
금융위원회는 2일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의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주식취득을 최종 승인했다. 러시앤캐시는 새롭게 출범하는 저축은행 이름을 ‘OK저축은행’으로 정하고, 이달 7일부터 영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러시앤캐시는 그동안 축적된 소비자금융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출심사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20%안팎의 중금리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앤캐시는 신용도가 높은 대부업 이용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부업 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대부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예주·예나래저축은행 인력은 OK저축은행으로 100% 고용승계 됐으며, 현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예주 저축은행 본점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10층 OK저축은행으로 이전해 새롭게 영업하기로 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달 27일 본사 사옥을 강남구 역삼동에서 대한상공회의로 이전, OK저축은행의 개점을 준비해 왔다.
이번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인수로 예금보험공사가 관리·보유하던 10개 저축은행이 모두 정리돼 2011년 이후 본격 추진됐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2일 CNB와 통화에서 “오는 7일 OK저축은행이 문을 열게 되는 시점에 맞춰 영업전략과 금융상품을 내놓겠다”며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중금리 기조로 영업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부업체 이용 수요를 제도권으로 흡수함으로써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부실저축은행들을 정리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차원에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해 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정책 방향’에 따라 러시앤캐시 측이 제출한 ‘저축은행 건전경영 및 이해 상충방지 계획’을 심사해왔다.
금융위는 심사 결과 러시앤캐시 측에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5년내 총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는 옵션을 걸었다.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러시앤캐시는 이에 따라 7000억원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금융위는 40% 감축 계획의 충실한 이행 및 이행 여부 보고를 주식취득 승인 부대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따라 러시앤캐시는 매년 금융감독원장에게 계획의 이행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취득 승인이 철회될 수도 있다.
한편 러시앤캐시가 저축은행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38조원 규모의 저축은행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88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37조8000억원 규모다.
이중 자산이 1조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은 동부, 신안, 푸른, 한국투자, 모아, SBI, SBI2, HK, 친애, 현대저축은행 등 총 10곳이다. 이중 대기업계열은 동부, 신안, 한국투자, 현대, HK저축은행이다.
SBI, SBI2는 일본금융그룹인 SBI금융그룹의 자회사로 외국계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SBI의 전신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한때 영업정지 문턱까지 갔지만 SBI그룹에 인수된 뒤, 최근 대주주인 SBI그룹으로부터 총1조10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받아 다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상태다.
여기다 자산은 1조원에 못미치지만 KB금융계열인 KB저축은행, 우리금융계열인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이 금융지주 계열로서 메머드급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울·수도권 또는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며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외 나머지 저축은행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이렇듯 대기업 계열과 외국계 저축은행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은 ‘3강 구도’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자산규모가 2조원대에 이르는데다 대부업 최초로 오래전부터 공중파 광고에 진출, 소비자들에겐 이미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해왔다.
수익 면에서도 웬만한 저축은행을 능가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의 법인인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주)가 올해 초 금감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0월~2013년 9월까지 당기순이익이 841억원, 영업이익이 1210억원에 달한다. 직전 회계연도인 2011년 10월~2012년 09월까지의 당기순이익도 934억원, 영업이익 1117억원에 이르렀다. 이자수익만 따지면 매년 5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1조8000억원에 이르러 수익구조가 탄탄하다”며 “기존의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소매금융 확대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정부의 저금리 기조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대부업계의 저축은행 진출은 러시앤캐시만이 아니다.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은 예보 산하 부실저축은행이었던 해솔·예신저축은행을 인수해 웰컴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지난 5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월컴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3500억원으로 중형 저축은행에 속하지만 대부업에서 잔뼈가 굵은 터라 소매 영업망을 기반으로 보다 공격적인 영업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저축은행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업 출신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향후 5년내 대부잔액을 40% 이상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대부업을 폐쇄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저축은행 보유 주식을 다시 내놔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저축은행들과의 피말리는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로 업계에 뛰어든 대부업체들이 대부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로 예금을 유치한 뒤, 20%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통해 예대마진을 남긴다면 저축은행업계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업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한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