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먹던 사과를 사시겠습니까?”
완전하지 않은 사과가 있다.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다. 빨갛게 잘 익은 사과도 아니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이 사과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과일 중 하나다.
애플사의 설립자 스티브잡스(steve P. Jobs)의 사과(apple)다. MP3아이팟과 모바일 인터넷 기능을 보유한 휴대전화! ‘휴대전화는 전화만 해야 할까?’란 잡스의 시도가 스마트폰(smart phone)의 시대를 열었다.
한 청년이 의자에 앉은 채 고민에 빠져있다. 갑자기 그의 앞에 무엇인가 떨어졌다. 잘 익은 빨간 사과다. 불현듯 그의 고민은 사과로 옮겨졌다.
‘사과는 왜 떨어질까?’ 1665년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만유인력(萬有引力, universal gravitation)의 법칙을 알아냈다.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의미한다. 이 힘은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질량과 물체 사이의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즉 질량이 커지면 잡아당기는 힘도 커진다. 물체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그 힘은 적어진다. 익으면 떨어지는 사과는 뉴턴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준 고마움의 표시로 받은 한 개의 사과가 있다. 이 사과는 160여년이 지난 2013년 5월 7일 뉴욕의 한 경매에서 450억원에 낙찰됐다. 폴 세잔(Paul Cezanne)의 사과다. 그는 사과 그리기에 많은 시간 몰두했다.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아닌 자신만의 기법으로 그리고 또 그리고 다시 그렸다. 그의 사과는 아무런 상징이 없다. 먹음직스러운 것도 아니다. ‘왜 평면으로 그려야 할까?’ 그는 생각했다. 그의 사과는 20세기 미술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구교수법’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내용의 전달방법을 배우는 체육교육과 전공수업이다. 예비 체육교사인 수강생을 위해 내 농구선수 경험과 스포츠 교육학을 공부하며 쌓아온 전공지식을 총 동원해 수업차시를 계획했다. 농구 종목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의 시각’에서 수업을 계획하고, 고민해야 함을 한 학기동안 강조했다.
배우는 사람의 관점에서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것이 수업의 최종 목표였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한 여학생이 내게 물었다. “왜 여자공은 없나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수업내용과 다른 내 행동에 대한 창피함과 제자에 대한 미안함이 끝없이 교차했다.
남성과 여성이 차별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없을까? 대안은 뉴스포츠(New-Sports)에서 찾을 수 있다. 뉴스포츠 종목들은 축구의 변형 풋볼(foot-ball), 야구의 변형 티볼(tee-ball), 농구의 변형 넷볼(net-ball), 배구의 변형 소프트발리볼(soft-volleyball) 등이 있다. 이러한 종목은 이미 학교체육 내용(content)으로 체육과교육과정에 포함됐다.
뉴스포츠의 장점은 M-STEP으로 정의할 수 있다.
‘M’은 다양성(Multiplicity)이다. 제한적인 근대스포츠 종목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뉴스포츠의 종목은 무수히 많다. 지도자는 학생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수업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 ‘S’는 단순성(Simple)이다. 정형화 된 규칙과 어려운 외래어 기술을 알아야만 하는 근대스포츠에 비해 뉴 스포츠의 규칙과 기술은 단순하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T’는 변형성(Transformation)이다. 근대스포츠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규격화 된 경기장과 기구를 사용해야하지만 뉴스포츠는 학습자의 요구와 학습 환경에 따라 규칙, 인원, 경기장 등이 변형가능하다. ‘E’는 유희성(Enjoyment)이다.
각 뉴스포츠의 규칙과 기술은 쉽고, 변형가능하다. 또한 더 빠르고, 높고, 강하면 유리한 근대스포츠에 비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규칙을 내포하고 있다. 쉽고,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 참여는 즐겁다. ‘P’는 대중성(popularity)이다.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요구에 따라 모든 것이 변형 가능한 즐거운 뉴 스포츠는 남녀노소 모두 참여가능하다.
뉴스포츠는 학교체육현장을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생소한 단어다. 처음 뉴스포츠 단어를 접한 사람은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는 것’, ‘변종스포츠’, ‘E-스포츠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뉴스포츠는 주체성, 개방성, 유연성, 단순성, 다양성을 통해 남성중심, 교사중심의 체육 패러다임을 양성중심, 학생중심으로의 변화의 한 시도이다. 남들과 다른 것, 생소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TV를 봐도 라디오를 켜도 삐따기의 모습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네. 있는 그대로 애기할 수 있는 삐따기. 조금 삐딱하면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네. 조금 삐딱하면 손가락질하기 바쁘네. 훌륭한 사람 착한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이 바르다고 하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저물어 가는데~.”
라디오 강산에의 노래 ‘삐딱하게’가 빗소리와 함께 흘러나온다. 나는 삐딱이일까? 삐딱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일까?
자이로스코프(gyroscope)는 23.4° 기울어져 회전한다. 당장 쓰러질 것 같지만 중심을 유지한다. 자이로스코프의 삐딱함이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와 같기 때문이다. 지구와 같은 기울기를 유지하고 있는 자이로스코프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삐딱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우리 주위에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반복적인 것이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당연한 것만 같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는 것, 다른 것은 잘 보지 못한다. 익숙함을 통해 정당하다고 믿는 것, 정해진 관념이나 관점을 고정관념(fixed-idea)이라한다. 이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개인의 의식, 감정, 행동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말했다. “의사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발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익숙함의 친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왜(why)’란 물음과 ‘아직(yet)’이란 가정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