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개봉하는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감독 카롤린느 샹페띠에)의 한 장면. (제공=아담스페이스)
마네, 드가, 모네, 르누아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 중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또 다른 화가가 바로 ‘베르트 모리조(1841~1895)’다.
수많은 남성화가의 그늘에 묻힐 뻔했던 베르트 모리조는 19세기 인상파 최초의 여성화가이자 인상파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를 완성한 숨겨진 뮤즈였다. 그녀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이었던 19세기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을 굳건히 펼치면서 동시에 마네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녀는 1874년과 1886년 사이 열린 여덟 번의 인상파 전시회 중 출산 때를 제외하고 일곱 번의 전시에 모두 참가할 만큼 작품에 대한 열정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에드가르 드가도 베르트의 실력을 인정하여 그녀를 인상파에 참가시키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가 설득할 정도였다.
베르트 모리조의 작품 ‘점심 식사 후’(1881)는 올해 2월 7일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098만 달러(약 125억 원)에 팔려 미술 경매 역사상 여성작가의 단일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르트 모리조의 ‘점심 식사 후’(1881). (제공=아담스페이스)
1841년 로코코 미술의 대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증손녀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과 가까이 있었던 그녀는 고위 관리였던 아버지 아래서 상류층 교육을 받아 문화적 소양과 예술적 자질 그리고 미모까지 겸비했다.
여성이란 이유로 미술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당대 최고의 화가 까미유 코로에게서 그림을 배우면서 화가의 길로 입문한 베르트는 1868년 언니 에드마와 함께 루브르박물관에서 명작을 모사하던 중 운명적으로 마네를 만나게 되었다고 알려졌다.
유부남이어서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없었던 마네는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간청했고, 마네의 ‘발코니’(1868)와 ‘부채를 든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1874), ‘제비꽃을 든 베르트 모리조’(1872) 등이 모리조가 모델이 된 작품들이다.
베르트는 마네에게 영감을 받아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양식으로 작품 경향이 변화해갔고, 마네는 역시 베르트 덕분에 야외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후 두 사람의 작품은 나날이 발전해 갔다.
국내 7월 3일 개봉하는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감독 카롤린느 샹페띠에)는 바로 그녀의 예술에 대한 집념과 애틋했던 마네와의 사랑을 담은 영화다. 사회적 편견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인상파의 아버지 마네를 완성하고 19세기 인상파 최초의 여성화가로 우뚝 선 베르트 모리조를 재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7월 3일 개봉.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