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삼위일체(The Secular Trinity)’, 투채널 영상(looped), 2012.
“어디까지 실제이고 허구인지, 이건 누구의 이야기인지, 이 극은 어디서 시작돼 어떻게 끝이 날지 일시적인 기억을 되짚어 그럴싸한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에 늘 관심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인전 ‘두 번 반 매어진(A Round Turn and Two Half-Hitches)’을 여는 이윤이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학생시절 이십 분 남짓했던 등굣길에서 만들어간 이야기에는 소소한 일상의 경험과 기억들, 작가가 상상한 허구가 뒤섞였고, 친구의 경험담이나 간밤에 꾼 꿈, 버스에서 들었던 다른 이야기 등도 자연스럽게 끼어들게 되었다.
이 작가는 “이렇게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고 공적인 기억을 사유화하는 방식은 지금의 내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둘 다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와 몸을 빌려 그들과의 감정적 관계를 기록하고 기념하려는 욕망에 기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겪었던 감정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들을 기념하기 위해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가 혼합된 ‘이야기하기(storytelling)’를 영상과 설치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는 정보, 문헌, 사건, 역사, 신화 등 공적인 사실을 빌려와 있음직한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작품 속 인물들의 몸과 언어를 빌려 이야기한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서로 ‘매어진’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이를 배반하면서 자신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전시장의 출입구를 실제 악기(하모니움)로 바꾸어 전시 공간 전체를 악기의 진동상자로 설정했다. 이는 관객들을 단순히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라 작품 사이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수행자로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관계맺기를 시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윤이 개인전 ‘두 번 반 매어진’은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진행한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