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에서 7월 13일까지 공연하는 김의경 작, 이윤택 연출의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제공=명동예술극장)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1916~1956)의 1954년 유화 ‘길 떠나는 가족’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림에는 소를 모는 남자, 흐드러진 꽃이 실린 달구지 위에 한 여인과 두 아이가 즐겁게 나들이 떠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중섭은 이 작품을 그리고 나서 일본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엄마, 태성이, 태현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앞에서 황소를 끌면서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가는 그림을 그렸다”고 편지를 보냈다.
한국인이면 누구에게나 친숙할 화가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예술세계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이 명동예술극장에서 7월 13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1991년 초연 당시 이윤택의 감각적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이영란 미술감독의 동심을 자극하는 오브제가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민치하 일본여인과의 결혼, 1·4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의 죽음 등 예술가를 억압하는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치열한 예술혼으로 맞서는 이중섭의 고단한 삶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무대로 꾸며냈다. 특히 회화적인 오브제, 서도민요와 흥겨운 트로트풍의 노래 등은 다채로운 장치들이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동아연극상 유인촌연기상 등을 수상한 배우 지현준이 이중섭을 연기한다. 그는 홍보사진 촬영 당시 실제 이중섭의 모습과 헷갈릴 정도로 흡사한 풍모를 보여 현장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는 외모에 더해 이중섭의 내면까지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무대 위에 불러낼 예정이다.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은 2013년 명동예술극장의 ‘햄릿’(오경택 연출)에서 오필리어로 주목 받은 전경수가 맡아 이중섭에게 진실한 사랑을 주는 여인이자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을 건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한다. 또한 초연 당시 아이 역을 맡았던 문경희가 이번에는 어머니가 되어 이중섭이 가진 여성성의 근원인 ‘강한 모성애’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출가 이윤택은 “이 공연의 승패는 관객에게 진심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단순히 평면적인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명동예술극장은 23년 만에 이윤택과 이영란 미술감독이 다시 만나고 재현하고, 배우 지현준이 가세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수 창작극의 레퍼토리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해외진출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