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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부그룹…동부화재 앞세워 다시 일어선다

[심층취재] 금융사 지키고 제철 내준 김준기호(號)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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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6.25 14:40:36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던 동부그룹이 최근 채권단·금융당국과 재무개선 이행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에 눈독을 들여온 포스코가 인수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업재편이 위기에 봉착했다.


포스코의 인수 불발로 동부제철은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달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부담이다.


하지만 주요계열사들의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어,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조만간 재기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CNB가 동부그룹의 앞날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김준기 회장, ‘동부화재’ 지키려 ‘동부제철’ 포기
포스코 떠난 동부제철, 결국 채권단 손에 넘어가
줄이고 팔고 몸집 슬림화…금융계열사 발판 ‘재기’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내놓으면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당진발전, 동부익스프레스 등에 대한 매각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지금까지 매각 작업이 끝난 계열사는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특수강, 당진항만이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지난 4월 동부그룹이 보유한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당진항만 지분 100%를 각각 1100억원, 1500억원에 인수했다.


산은은 사모펀드(PE)를 조성해 상반기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다시 시장에 내다팔아 차익을 챙기겠다는 게 은행 측의 구상이다. 동부 측이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매각방식을 위임한데 따른 것이다.


철강업계는 동부특수강의 경우, 현대제철과 세아특수강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2000억원 이상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동부익스프레스가 KTB투자증권의 자회사인 KTB프라이빗에쿼티(PE)에 넘어갔다.


KTB는 동부건설과 가이아디벡스제1차유한회사가 보유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3100억원에 사들였다. 부채까지 포함한 총 인수 금액은 6700억원이다. 오는 30일 잔급 납입을 완료하면 1년 넘게 끌어온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당초 큐캐피탈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수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계약이 파기돼 올해 초 KTB PE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었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동부하이텍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LG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아 매각 과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부하이텍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최근 투자설명서(IM) 수령 업체들을 대상으로 넌바인딩 비드(구속력없는 가격제시)를 실시한 결과,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 컨소시엄 1곳과 FI 2곳이 희망가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동부메탈,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CNB에 “동부하이텍의 경우, 매각주관사가 투자설명서 수령업체를 대상으로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중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부제철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금융센터’ 외경. 동부그룹은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왕진오 기자)


동부제철 패키지, 개별매각으로 전환


문제는 동부제철이다. 동부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패키지로 매각하기로 하고 그동안 포스코와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인수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포스코가 결국 손을 떼면서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4일 “자금 조달이 어렵고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동부 패키지의 인수 검토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대표적인 제품인 컬러강판, 석도 강판, 강관, 형강 등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치는 상당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최근 철강 하공정(Down-Stream)의 성장 둔화 등을 감안할 때 미래 사업성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포스코의 컬러강판 자회사인 포스코강판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간 시너지도 투자비용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2조6000억원(산업은행 1조원)가량 부채를 안고 있는 동부제철은 결국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됐다.


그동안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당초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패키지 매각으로 들어오는 8000억원 내외 자금으로 동부제철을 살리려 했다.


동부그룹은 “경쟁 매각을 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채권단은 빠른 매각을 위해 포스코에 파는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채권단을 이끌어온 산은이 이번 매각 불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매각이 불발되자 동부그룹과 산은은 동부제철을 ‘자율협약’에 넣기로 합의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취하는 한 단계 높은 조치다.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 감자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회사 경영권이 사실상 채권단과 금융당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금융계에선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자금난에 빠진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한꺼번에 자율협약에 넣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신용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4일 동부메탈과 동부CNI 신용등급을 각각 ‘BBB’에서 ‘BBB-’로 한 단계씩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일 동부CNI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변경하고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또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19일 동부건설의 신용등급 'BBB-'에 대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장기화 되면서 리스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동부그룹 자구계획의 핵심이었던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패키지 매각에 대해 인수협상대상자인 포스코가 인수 검토를 중단함에 따라 그룹 구조조정의 성사 여부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이미 시장에 내놓은 매물들의 값어치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조원대 부채의 이자율도 높아지게 돼 채무 상환부담이 더 크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의 입장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분위기다. 산은 측은 동부 계열사들의 매각과 자체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동부제철 외에 다른 계열사들까지 자율협약으로 갈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은 측은 “공식적으로 매각 작업이 불발된 동부제철만 일단 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된 것이며, 나머지 계열사들은 매각을 진행 중이라 자율협약에 넣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패키지 매각에 실패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은 잠재적 매수자들이 많아 개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가 매각에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계열사들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동부제철을 눈여겨 보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 조만간 매각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최근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동부그룹)


“금융사는 끝까지 지킨다”


그렇다면 동부그룹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까?


동부제철은 워낙 덩치가 커 정상화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은 동부화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주력사업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제철이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자신들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채권단에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 김 회장의 장남인 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 14.06%(4900억원 상당)를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동부화재에 대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했고, 결국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한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됐다.


김 회장이 동부제철을 포기하면서까지 동부화재를 지킨 것은 향후 동부화재가 그룹 재기의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 규모(자산 31조원)가 가장 크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2725억원에 이르는 ‘알짜 회사’다. 동부화재는 또 동부증권(19.9%), 동부생명(92.9%) 등 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며 사실상 ‘금융지주회사’ 성격을 띠고 있다.


김준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31.33%에 이르러 지배력을 행사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미 담보로 제공된 김 회장 지분(6.93%)에 이어 아들의 지분(14.06%)마저 채권단에 넘기게 되면 사실상 경영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기에 끝까지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시장에 내놓은 계열사들이 매각되면, 동부그룹은 몸집을 ‘슬림화’해 금융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수·합병(M&A)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는 생보업계에서 손꼽히는 알짜회사로 명성이 자자한 만큼 회장 일가가 동부화재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동부제철만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동부화재, 동부대우전자 등 알짜 회사들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가 다시 재기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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