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아트스타코리아’ 최종회에서 우승자로 선정된 신제현 작가의 ‘Trailing, 50일간의 드로잉 퍼포먼스’. (제공=서울시립미술관)
“공공미술관에서 특정 방송국이 진행한 프로그램의 전시를 하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우리 미술관이 지향하는 방향과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번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전시를 꾸릴 수 있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20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먼저 이번 전시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했다. 김 관장이 말한 ‘특정 방송국이 진행한 프로그램’은 CJ E&M 스토리온에서 최근 종영한 아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코리아’다.
일명 ‘아스코’로 불린 ‘아트스타코리아’는 대한민국의 현대예술을 이끌 최고의 아티스트를 가린다는 취지에서 국내 처음으로 기획된 아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노래, 패션, 요리 등 최근까지 방송계에 다양한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예술을 서바이벌의 대상으로 삼은 ‘아스코’는 방송 전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더군다나 미술계 일각에서는 ‘아스코’에서 살아남은 최종 도전자 3인의 마지막 미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공공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공공미술관이 대기업 케이블채널의 상업성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비판자들에게 ‘아스코’는 젊은 작가들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경쟁시켜 흥미를 유발하고 예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아스코’를 제작한 스토리온이 18개 케이블채널과 위성방송을 거느린 국내 굴지의 대기업 CJ E&M의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김 관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미술관이 지향하는 ‘포스트 뮤지엄’의 방향을 이야기하며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기존의 엄숙한 미술관이 가진 문턱을 맞추고 미술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포스트 뮤지엄’의 방향에서 ‘아스코’ 전시도 진행했다는 것이다.
‘아스코’를 제작한 임우식 PD 역시 비슷하게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예술계에서 방송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국의 예술계에서 젊은 신진작가의 등용문은 폐쇄적이고,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좀 다른 방식으로 작가가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국 입장에서 시청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단지 그것만을 고려했다면 지금과 같은 방송 포맷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예술계의 현주소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접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컸다. 실제 일반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예술과 대중 사이에 접점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최종 우승자를 뽑고 종영한 ‘아트스타코리아’와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아트 서바이벌이란 형식과 공공미술관의 역할까지 다양한 쟁점들을 낳았다. 반면 시청자와 관객들은 이를 계기로 현대미술과 예술가들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예술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최종 도전자 구혜영, 신제현, 유병서 3인의 전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오는 8월 3일까지 열린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