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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물 전쟁’…롯데·농심 “삼다수를 잡아라”

[심층취재] 백두산발(發) ‘생수 전쟁’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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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6.18 17:43:51

▲농심 본사(왼쪽),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현지 생산공장. (사진=CNB포토뱅크)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6000억 생수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점유율 40%를 웃도는 부동의 1위인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에 맞서 롯데, 농심, 하이트 등의 음료브랜드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광동제약에 ‘제주도’를 뺏긴 음료기업들이 백두산 현지에서 ‘물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산 ‘물 수입’이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CNB=도기천 기자)


형제기업 롯데·농심, 백두산 현지서 ‘물 전쟁’
만년 2위 롯데, ‘아이시스’ 리뉴얼로 1위 도전
농심, ‘백산수’로 재기 1년 만에 시장 4위 등극
생수 시장 절반 잠식한 광동제약 삼다수 ‘느긋’


국내 생수시장은 연간 6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신장하는 ‘알짜배기’ 시장이다. 이 중 삼다수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생수 브랜드들은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삼다수’의 1분기 매출액은 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7억원)보다 28.7% 증가했으며, 롯데칠성의 ‘먹는 샘물’은 182억원에서 221억원으로 21.4%,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는 146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성장했다.


생수 브랜드들은 최근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본격적인 여름 ‘물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형제 기업인 롯데와 농심 간의 ‘백두산 물 전쟁’이 눈에 띈다. 농심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다섯째 동생이다.


롯데는 2012년 10월부터 백두산 남쪽의 물로 ‘백두산 하늘샘’ 생수를, 농심은 같은 해 12월부터 백두산 북쪽 기슭의 물로 ‘백산수’ 생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백산지(白山池)’(롯데), ‘백산성수(白山聖水)’(농심)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이들이 백두산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는 삼다수의 판매유통권이 광동제약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공사)와 2012년 12월 삼다수 위탁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6년 12월까지 제주도 전역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을 제외한 국내 전 지역에 삼다수를 공급하게 된다.


농심, ‘백산수’로 자존심 회복


광동제약이 독점권을 갖기 전까지는 농심이 삼다수를 판매해 왔다. 농심은 1998년부터 삼다수 국내 판매권을 독점하고 있었으나, 2012년 공사 측이 불공정계약을 주장하며 육지 유통처 변경을 추진하자 소송으로 맞선 바 있다.

 

▲롯데와 농심은 중국 현지에서 치열한 생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백두산 하늘샘’과 농심의 ‘백산수’.

양측이 지난 2007년 12월에 체결한 협약서에는 계약 기간을 3년으로 하되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하기로 돼 있다. 사실상 농심이 영구적인 독점권을 갖는다는 의미였다.


공사는 뒤늦게 불공정 계약이라며 농심과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고 농심은 소송으로 맞섰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지만 결국 법원은 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삼다수는 광동제약에게 넘어갔고 절치부심에 돌입한 농심은 2012년 12월 백두산 북쪽 기슭 안투현의 물로 ‘백두산 백산수’ 생산에 돌입, 현재 중국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이미 1996년부터 상하이를 발판 삼아 한인타운 위주로 물 시장을 꾸준히 늘려 왔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촌과 상가 등지에 생수배달 서비스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백산수 유통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CNB에 “백산수는 탄생한지 1년 정도 지난 신생 브랜드지만 국내시장 점유율 3.4%로 4위 자리에 올라섰으며, 중국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며 “생수시장이 매년 10%씩 늘고 있어 신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롯데도 백두산으로 눈을 돌렸다. 지리산 등지에서 생수를 만들어 왔지만 삼다수의 아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2년 10월부터 백두산 남쪽 중국 창바이현의 물로 ‘백두산 하늘샘’(중국명 백산지)을 생산해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유통계열사를 최대한 활용해 유통망을 늘리고 있다.


롯데는 또 대표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를 최근 7년 만에 리뉴얼했다. 기존 ‘아이시스(블루)’와 ‘디엠지 청정수’를 각각 ‘지리산 산청수’와 ‘평화공원 산림수’로 개편해 지역을 나눠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아이시스8.0을 비롯해 아이시스 블루, 디엠지 청정수 등 세 가지 제품을 한번에 판매하다보니 영업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이를 개선한 것.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CNB에 “국내와 중국시장 양 축으로 나눠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꾸준히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는 경기도를 기준으로 경기 이북 지역은 ‘평화공원 산림수’, 경기 이남은 ‘지리산 산청수’, 전국 판매는 ‘아이시스8.0’ 등 원산지별 특색을 살려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생수업계가 리뉴얼 및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칠성음료 ‘지리산 산청수’, 하이트진로음료 ‘석수’, 동원F&B ‘브리즈에이’, 팔도 ‘뽀로로 샘물’.


중국산 물 수입 사상 최대


농심과 롯데가 백두산 지역에서 생산한 생수는 ‘중국산’이다. 이들 업체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백두산 일부 지역이 중국 땅이기 때문이다. 백두산 지역의 원수(原水)는 수백만년에 걸쳐 형성된 화산암반층을 따라 흐르며, 오랜 세월 자연정화돼 몸에 이로운 각종 미네랄 성분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음료기업의 ‘물 장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최근들어 중국산 ‘물’ 수입량이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 수입액은 375만3000달러, 수입중량은 1만582t으로 관세청이 통계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이 8520t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 1600t, 이탈리아 176t, 미국 60t, 독일 55t, 폴란드 48t, 노르웨이 46t 등이었다.


2012년 중국산 물 수입량은 3609t으로 프랑스산 물 수입량(8362t)의 4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중국산 물 수입량이 5만5750t으로 급증, 프랑스(9615t)를 가볍게 제쳤다.


한편 생수 성수기인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하이트, 동원F&B, 팔도 등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석수’ 출시 33주년을 맞아 2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용기 제작 후 제품 주입까지 하나의 기계로 연결되는 논스톱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 오염원을 차단하는 한편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리뉴얼 제품을 내놨다. 여기다 지난달 말 유기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한 프리미엄 생수 ‘카렐의 선물’을 출시했다. 


롯데, 농심 등이 치열한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비해 1위업체 광동제약은 느긋한 편이다. 삼다수의 지난 1분기(1~3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한 305억원에 이른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6%로 가장 크다. 2분기(4~6월)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매출이 국내에서 형성되지만 중국 등지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삼다수는 중국의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의 ‘에비앙’ ‘볼빅’과 거의 동급의 대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생수 시장은 2000년 1562억원에서 지난해 5400억원, 올해는 6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가 활동 비중이 늘면서 생수가 일상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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