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의료기기·조명 전문업체인 필립스는 에어스톰(air storm) 기술을 적용·개발한 ‘저지방(기름) 튀김기’ 제품에 ‘에어프라이어’라는 이름을 붙여 2011년 7월부터 출시했다.
2012년 1월 이 제품의 상표출원을 했지만, 2013년 5월에 특허청 심사국으로부터 거절결정을 받았었다.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쓰지 않고 원재료 자체의 지방만으로 튀김요리를 만들어 주는 제품인데, 출시 첫해인 2011년에 매출 15억원에서 이듬해인 2012년 46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국내 전기식 튀김기 시장은 필립스가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한경희생활과학, 동부대우, LG전자, 동양매직 등의 국내 업체와 뮬렉스(독일), 가이타이너(독일)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즉 기름을 쓰지 않고도 담백한 튀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유사한 기술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산 대 외산’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이에 제품의 특징을 가장 간결하고도 직감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라는 명칭을 상표로 등록,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에어프라이어’라는 명칭이 특정 기업의 상표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인지, 아니면 이 제품의 생산·판매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인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김태만 심판1부 심판장은 이번 심결 이유에 대해 에어프라이어 명칭 자체가 ‘기름 없이 공기를 이용해 튀기는 튀김기’로 자연스럽게 인식돼 ‘전기식 튀김기’의 특성이나 조리 방식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전제했다.
특히 다수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기능의 튀김기에 이 명칭을 붙여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어 특정 기업에 독점적인 상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필립스는 제품 출시 이후 다양한 홍보수단을 활용해 상표 및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결과 국내 전기식 튀김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일반소비자들이 ‘에어프라이어’라고 하면 자사의 상표로 인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필립스 제품 출시 이후 불과 5개월 후 같은 이름을 붙인 경쟁사 제품이 출시됐고, 인터넷 및 언론 매체에서도 ‘에어프라이어’ 명칭을 전기식 튀김기의 기능 또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이름으로 사용해오고 있어 일반수요자들이 이 명칭을 필립스의 상표로 인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심결은 심결의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필립스에서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