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한국인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필자는 한국인은 긍정적이지만 행복감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최소한 한 분야에서는 긍정을 넘어 초긍정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이 우리의 긍정 현장을 봤다면 두 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긍정 이론에 대해 ‘그만’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가능성도 있다. 초초긍정의 마당은 로또 복권 매표소다.
많은 시민이 매주 875만분의 1 확률에 도전한다. 가능성이 ‘0’이나 다름없는 데도 중년은 물론이고 노년, 청년까지 무모하게 나선다. 한결같이 1등 당첨의 근사한 꿈을 꾼다. 사실상의 1000만분의 1 희망에 일주일을 거는 사람들. 덧셈과 뺄셈 정도만 해도 ‘천만에 말씀’이라고 손을 내젓겠지만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나온 석사, 박사도 매표소 앞에 줄 서 있다.
필자는 기업에서 긍정, 초긍정 등을 강의한다. 이 때 셀리그만의 행복관점으로 서막을 연다. 그는 긍정적 정서 속에 강점을 살리는 삶을 행복의 길로 봤다. 단순화 하면 작은 것에도 감사 마음을 갖는 것이다. 셀리그만의 행복관을 복선으로 깐 뒤 질문에 들어간다.
“여러분, 로또에 당첨 되면 기분이 어떨까요. 무한 행복일까요.” 어느 회사에서나 이구동성으로 “당연하죠”, “네”라는 답이 이어진다. 고양된 분위기를 더 확장시키기 위해 마이크를 한 청중에게 가져간다. “1000억원 로또복권 당첨! 어떠십니까. 행복하십니까.” 독려 코멘트와 함께 실제 상황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청중은 흥미진진하게 마이크를 통해 울려질 답을 기대한다. “네!” 희열에 넘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탄다.
“아하 그렇군요. 여러분, 얼마 전에 미국의 파워볼 로또에서 6000억원이 당첨 됐습니다. 두 명이 당첨 됐기에 1인당 3000억원씩 가져갔죠.” 대답한 참여자에게 묻는다. “자, 3000억원 어떠세요.” 묻자마자 그는 “대박이네요. 행복해요(웃음).”라고 들뜬 목소리로 답한다.
필자는 다시 묻는다. “엄청난 돈이 쌓였습니다.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참여자도, 다른 청중도 선뜻 답하지 못한다. 고민하느라 대답을 못하는 척도 한다.
필자가 나설 차례다. 얄밉게 말한다. “3000억원은 3000억원이고, 회사는 계속 다니겠죠. 왜냐면 회사는 자아성취의 장이니까, 그렇습니다. 또 사회기여의 무대죠. 그러니까 지금처럼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해 상사의 잔소리를 꾸준히 듣고, 그냥 회사 계속 다닐거죠?”
다수가 웃으며 입을 연다. “일단 회사 그만 둬야죠(웃음).” 모두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룬 듯 공감의 한바탕 큰 웃음을 토해낸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뭘 하실까요.” 필자는 처음부터 지목한 활기찬 남성 참여자를 상대로 계속 묻는다. “차를 사야겠죠?” 연속질문으로 대화를 잇는다. “음, 차는 경제적인 전기차나 디젤차 등 국내 소형차로 사야겠죠. 왜냐면 선생님은 검소하시니까. 그렇죠. 그렇죠. 맞죠.”
웃으며 익살맞게 질문하면 박장대소와 함께 여기저기서 묻지도 않은 답들이 튀어나온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값비싼 수입차 리스트들이 죽죽 펼쳐진다. 다음에는 강의장에 남자들끼리 공감하는 익살맞은 눈빛이 가득하다. “한대만 살거죠? 한 대만? 한 대만 사실까요? 비즈니스 차는 롤스로이스, 시장보러 갈 차는 벤틀리, 속도를 즐길 람보르기니 등 최소 이 정도는 사겠죠?”
청중은 어느 덧 강사의 목소리에 푹 빠져 있다. 다음 코멘트에 초집중이다. “이자만 받아도 이 정도 차들은 다 사고도 매달 돈이 쌓여가는군요. 3000억원의 3부 이자면 연간 90억원을 써야하니 매월 7억원 이상을 없애지 않으면 계속 쌓입니다, 아이고.”
청중은 빠른 셈으로 재벌이 된 황홀감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럼, 이번에 뭘 해볼까요. 차는 그랬지만 집은 소박하게 20평대 아파트로 살거죠? 그렇죠. 그렇죠.” 이젠 참여자들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받아친다. “아니요. 단독 고급주택이나 초호화 빌라를 사야죠. 정원이 있는 멋진 집도 마련하고, 세계 곳곳 명승지에 화려한 콘도도 사둬야죠.” 이쯤 되면 청중 모두가 로또복권에 당첨된 주인공들이다.
쏜살같이 달려온 로또복권 두뇌산책. 대박 상상을 하는 청중은 필자의 행복 그물에 걸려들었다.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질문한다. “이젠 여행도 가야죠. 여행은 가족끼리만 가실거죠. 절대 혼자, 홀연히, 자유롭게 방해받지 않으면서 가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가지 않고 가정적인 사람답게 가족끼리만 가시겠죠. 그렇죠. 그렇죠.”
청중은 피식 웃으며 답한다. “아닌 거 아시잖아요.” 필자가 덧붙인다. “음, 그리고 우린 압니다. 어느 나라로 어떤 콘셉트로 가실지,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 러시아? 그곳에 가서 절대 술 마시고, 미인들이 즐비한 그런 곳에 찾아가지 않겠죠. 현지 교회에 가서 거룩하게 봉사하고 절제하며 살거죠. 그렇죠. 그렇죠.”
그럼 그냥 웃는다. 다시 참여자 전체를 보며 묻는다. “왜 로또벼락 맞은 분 중에 더 불행해 졌다는 기록이 많을까요. 왜냐하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마음이 없는 상황에서 큰 행운이 오면 타락하기 쉽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행운은 자멸의 길로 가게하고 예전보다 더 못하게 만드는 것이죠.”
후끈 달궈진 분위기를 역설적 설명으로 되돌린다. 처음에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던 참여자에게 다가간다. 2,3초 쉬어 모든 청중이 시선을 집중시킨 뒤 말한다. “그것보세요. 얼마나 타락해 있습니까?” 모든 참여자가 박장대소를 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가슴 맺힘을 토해낸 뒤, 신선한 공감의 기류가 흐른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그러하기에 작은 것에 감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무엇이 작은 것에 감사한 것이며 어떻게 해야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될지 알아봅니다.”
글쓴이 방용운
기업교육 15년 경력의 필드고수다. 현장의 함성과 회사의 목소리를 창의적으로 승화시키는 '강의의 달인‘ 이다. 그렇기에 매년 기업 교육 팀에서 선호하는 인기강사, 특강강사 1순위 후보로 손꼽힌다. (주)런투 컨설팅 교수실 실장이고, 윌슨러닝코리아 교수 그룹장을 역임했다. http://blog.naver.com/bang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