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무너지는 ‘유병언 그룹’… 속타는 채권 은행들

[심층취재] 국세청 담보물 압류에 은행들 ‘벙어리 냉가슴’…왜?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6.03 11:05:21

▲유병언 일가와 관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노른자쇼핑 건물. 최근 용산세무서가 압류 조치했다. (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얽힌 관계사들의 은행 담보물에 대한 압류에 나서면서, 이들 회사에 돈을 꿔 준 금융사들이 속병을 앓고 있다.


세무당국이 최근 세금 징수 등을 명목으로 이들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압류함에 따라, 채권 은행들은 압류 부동산에 대해 담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유씨 일가의 관계사 대부분이 정상 경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지만, 사정당국이 금융사들의 부실·특혜대출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선 상황이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채권은행들의 말못할 속사정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유병언 왕국’ 붕괴 도미노…수천억 채권 허공으로
사정당국, 유씨 일가 관계사에 부당·특혜대출 적발
국세청, 은행담보물 기습 압류…채권은행들 ‘멘붕’
건실한 기업까지 불똥…유병언家 회사들 옥석 가려야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병언 전 회장 일가와 관계사들이 대출받은 돈은 모두 3747억원, 대출해준 금융사는 총4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시중 은행(1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은 3000억원이 넘어 전체의 90% 수준이다.


유씨 일가와 얽힌 관계사들은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를 비롯해 70개사에 이른다. 여기다 유씨의 친인척 등 회사 관계인 90여명도 금융권으로부터 382억원을 빌렸다. 


여신 규모는 우리은행이 926억원으로 제일 많고, 산업은행 611억원, 기업은행 554억원, 경남은행 544억원 순이다. 국민은행(64억원), 농협은행(77억원), 대구은행(19억원), 수출입은행(11억원), 수협은행(45억원), 신한은행(54억원), 외환은행(37억원), 전북은행(4억원), 하나은행(87억원) 등 거의 모든 은행이 대출을 해줬다.


관계사별 대출규모는 천해지가 934억원으로 전체여신의 28%를 차지했고, 기독교복음침례회(515억원), 아해(249억원), 온지구(238억원) 순이다. 


금감원은 유씨 일가와 관련된 금융권의 대출 실태를 낱낱이 조사하고 있다. 조사대상 금융사와 기업이 100여곳을 넘고 있다. 여기다 유씨의 친인척, 특수관계인들의 개인대출까지 포함하면 조사범위는 더 넓고 복잡해진다.


유씨 일가의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금감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과 연관된 관계사, 금융사들 간의 커넥션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국세청이 유병언 일가 및 관계사의 부동산을 압류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한 부동산 내역서. (CNB포토뱅크)

금감원, 금융권 특별검사 속도     


사정당국의 조사결과, 유씨 일가와 관계사들의 담보물 자체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씨 일가가 빌린 자금을 용도 외로 집행하거나 다른 관계사를 지원하는데 쓰는 것을 은행들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 등이 논란거리다.  


시중 은행들은 유씨 자녀와 핵심 관계인에게 211억원을 대출해줬다. 우리은행이 86억원으로 최다였고 경남은행(39억원), 국민은행(34억원), 농협은행(18억원), 기업은행(17억원), 하나은행(15억원), 외환은행(2억원) 순이다.


사정당국은 이들 관계인이 대출금 중 상당 부분을 부당 계열사 지원이나 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에서 의혹이 두드러져 보인다. 검사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와 거래를 해온 신협 11곳의 경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유 전 회장과 장남 유혁기, 차남 유대균, 차녀 유상나 등 4명에게 특별한 이유없이 66억원을 송금했다. 또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2007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협대출 등을 통해 총 727억원을 마련, 다른 관계사에 총 514억원을 지원했다.


금감원은 산업은행을 포함해 기업은행, 우리은행, 경남은행, 수협중앙회, 수출입은행, 신협 등에 대해 특별 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위법·부당한 대출이나 당초 목적과 달리 사용된 대출금에 대한 관리 부실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 소유 미술품 10여점을 압수해 옮기고 있다. 국세청도 유씨 일가와 관련된 회사들의 재산에 대해 압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병언 그룹’ 붕괴 초읽기


이런 가운데 세무당국도 유씨 일가와 관계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초 이들 회사가 보유한 은행대출 담보물을 세금징수 차원에서 압류했다. 유씨 일가의 핵심관계사인 문진미디어 소유 부동산 18곳과 다판다 소유 부동산 10곳 등으로 모두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이다.


이에 따라 유씨 일가 및 관계사에 대출해준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국세청이 부동산 등 회사 재산에 압류를 걸게 됨에 따라, 향후 금융사들이 담보 권리를 행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천해지와 아해 등 관계사들에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하고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갔다. 외환은행은 이미 유병언 일가의 관계사인 온지구에 대한 신용대출을 전액 회수했다.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상 담보재산에 압류명령이 떨어지게 되면 기업은 기한 이익을 상실, 만기 전이라도 대출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금융사들은 선뜻 채권 회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이 압류한 부동산이 대출 담보물이 아닌 경우,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대출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유씨 일가 관계사들이 대출이자를 정상상환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대출 만기가 도래한 유씨 관계사들에 대해 3개월씩 만기를 연장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금융감독원

농협은행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대출만기일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정상적으로 이자를 상환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회수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어 (대출을 받은 기업들에게) 채무상환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유씨 일가 및 관계사들이 소유한) 모든 부동산에 압류를 걸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유씨 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진 데다 국세청이 담보물 압류 범위를 넓히고 있어, 추가로 만기를 연장해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회사가 정상경영이 마비된 상태인데다 일부 관계사들은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어, 대출금 회수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씨 관계사의 은행권 여신 3000억원 가운데 1000억원 가량의 만기가 다음달에 도래한다. 이때를 전후해 은행들이 잇따라 채권 회수에 나서면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결국 ‘유병언 그룹’의 핵심기업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자금 회수 압박에 몰린 관계사들은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언 관계사’ 옥석 가려야


한편으로는 국세청과 은행들이 앞다퉈 채권 확보에 나설 경우, 서로 간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3월 국세청은 일산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 건립 과정에서 연체된 1000억원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농협은행에 들이닥쳤다가 은행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바 있다. 국세청이 농협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담보로 잡고 있는 시공·시행사의 분양권과 주식 등을 세금징수 차원에서 확보하려다 불상사가 발생한 것.


하지만 이번 경우는 금감원과 검찰 등 사정당국이 유병언 관계사에 대한 특혜·부당대출 등 혐의를 잡고 채권 은행들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이라, 국세청 압류 집행에 대놓고 항의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채권은행의 고위관계자는 CNB에 익명을 전제로 “당국의 유례없는 고강도 점검에 숨을 죽이고 있는 때라 담보 권리 운운하기는 이른 분위기”라며 “국세청이 압류한 날짜보다 은행들이 먼저 담보를 설정했기 때문에 (채권은행에) 우선 권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봤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매표소에 유병언 부자의 수배전단이 붙어 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건실한 관계사까지 위기로 몰아넣어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작년말 기준 결산보고서를 보면 천해지는 자산 1780억원, 부채 976억원, 영업이익 54억원 규모의 비교적 양호한 재무상태를 가진 기업이다. 아해 역시 자산 500억원, 부채 320억원, 영업이익 52억원 수준으로 재무제표상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압류, 대출금 회수 등이 이어지면 결국 파산상태로 갈 수밖에 없어 이들 기업의 하도급 업체, 직원 등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국세청이 멀쩡한 기업에까지 압류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금융권 전체로 불똥이 튀고 있다. 유씨 관계사 전체의 붕괴 도미노가 우려되는데도 사정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속만 태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대출금 상환을 계속 연장해 주는 것은 국민정서상 맞지 않고, 그렇다고 멀쩡한 회사의 여신을 바로 회수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금 상황에서 채권 회수에 나서봤자 얼마나 건질 수 있겠냐”며 “관계사들의 재무상황과 상환능력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회생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관계사들이 많고 은행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방향이 정해지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