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장승들(김준수, 이시웅, 허종열, 이영태)과 옹녀(이소연). (제공=국립극장)
국립극장의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6월 11일부터 7월 6일까지 신작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올린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원작 비틀기에 능수능란해 공연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받는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과 최근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장르인 창극이 만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선웅은 이미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스타 연출가이자 작가이다. 그가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푸르른 날에’는 2011년 초연 당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연출상, 베스트연극상의 3관왕에 올랐으며, 이후 4년간 매년 다시 공연되면서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을 각색한 고선웅의 연극 ‘칼로막베스’와 ‘리어외전’ 역시 비극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고선웅만의 기발한 연출력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유난히 저평가되었던 ‘변강쇠전’을 그가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유다.
고선웅은 ‘변강쇠라는 색골의 이야기’로 각인된 ‘변강쇠전’과 다분히 거리를 둔다. 그는 변강쇠가 아닌 옹녀에 시선을 돌린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정력남 변강쇠에만 맞춰져 있던 시선에 점을 찍고, 새로운 옹녀의 시대를 펼치고자 한다.
그는 변강쇠 못지않은 ‘쎈 여자’ 옹녀를 음녀가 아닌 열녀로 설정, 그녀의 이야기를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해간다. 원작이 지닌 해학성은 그대로, 캐릭터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창조해 유실된 판소리인 ‘변강쇠전’을 완성도 높은 창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연극이 아닌 창극인만큼 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이 작품은 노래의 비중이 높은데 이를 만드는 중책은 국악그룹 ‘푸리’의 멤버이자 안숙선 명창의 애제자이기도 한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소리를 만드는 작창과 작곡을 맡았는데, 판소리뿐만이 아니라 민요부터 트로트까지 다채로운 소리를 작품 곳곳에 배치해 드라마와 긴밀하면서도 음악적으로 신선한 창극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드라마틱한 움직임이 특징인 안무가 박호빈이 안무를 맡았고, 연출가 오태석의 오랜 파트너로서 한국 고전의상을 기반으로 한 의상으로 명망이 높은 이승무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다.
이번 창극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쎈 여자’ 옹녀 역은 국립창극단의 김지숙과 이소연이 맡았고, 옹녀와 영원한 사랑을 나누는 변강쇠 역은 김학용과 최호성이 맡아 기대를 모은다.
한편, 이 작품은 6월 11일부터 26일간 23회 공연된다. 국립창극단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공연되는 것. 관람연령도 성인으로 제한된다(만 18세 이상). 국립창극단이 이같이 과감한 기획을 통해 창극 역사에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지난 5월 19일에 있었던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 김성녀, 연출가 고선웅, 음악감독 한승석과 배우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