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의 우여곡절 끝에 ‘클라우드’ 출시
세월호 참사·리베이트 해프닝…악재 연속
탑스타 전지현 광고모델 선점, 본격 승부
오비·하이트 잇달아 신제품…시장 안갯속
롯데의 맥주시장 진입은 그동안 여러 난관이 있었다. 롯데는 지난 2009년 두산그룹의 주류BG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소주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부터 주류업계는 롯데의 움직임을 심상찮게 봤다. 소주사업에 그치지 않고 맥주사업에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실제로 롯데는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 때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롯데는 당시 2조원 초반의 매입 기회를 놓쳤는데, 현재 오비맥주의 자산가치는 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당시 롯데의 인수경쟁사였던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오비맥주의 원래 주인인 AB인베브로부터 18억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2조3000억원)에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지분 50%를 AEP(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에 다시 매각했다. 올해초 AB인베브는 KKR과 AEP로부터 오비맥주를 58억 달러(약6조원)에 재인수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무려 3배 가까이 자산 가치를 키울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셈이다.
롯데는 결국 맥주를 직접 만들기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 측은 2012년 4월 맥주 제조업 면허를 획득한데 이어, 1800억원을 들여 충북 충주에 연간 생산량 5만 킬로리터 규모의 맥주공장 건립에 나서는 등 독자적인 ‘국산맥주’ 생산을 준비해 왔다. 일본 아사히 맥주와의 오랜 교류를 통해 노하우도 키운 것도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이런 노력의 산물로 지난달 ‘클라우드’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 즈음에 세월호 참사가 터지며 예정된 광고는 전부 취소됐다.
당초 롯데주류는 지난달 8일부터 21일까지 신제품 클라우드의 프리 론칭(pre launching) 광고를, 이후에는 본 광고를 계획하기로 했었다. 또 시음회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모든 마케팅 활동이 중단됐다.
‘클라우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되고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Korea의 ‘K’와 풍부한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구름의 영문 ‘Cloud’를 결합한 브랜드명이다. 클라우드는 정통 독일식 프리미엄 라거맥주로 맥주의 풍부한 거품과 진한 맛이 특징으로 꼽힌다.
하지만 예정된 광고를 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롯데주류 관계자는 CNB에 “거래처와의 납품계약이 돼 있어 출시를 미룰 수는 없었다”며 “사회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론칭 행사 등은 일체 자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클라우드는 롯데계열사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유통 시장의 절대 강자인 롯데는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그룹 내 유통계열사들을 통해 클라우드 판매에 열을 올렸다.
광고중단 이어 리베이트 해프닝까지…‘곤혹’
이러다보니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 23일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협회가 롯데주류 측에 ‘신제품(클라우드) 출시 리베이트 행사 중지요청’ 제하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것.
이처럼 여러 사연 끝에 롯데는 지난 27일, 클라우드가 출시된 지 35일만에야 처음으로 지상파 광고를 날렸다. 국내외에서 인기 상한가를 치는 톱스타 전지현이 ‘클라우드’ 광고모델로 등장한 것. 롯데는 우아하고 럭셔리한 전씨의 이미지를 앞세워 프리미엄 고급맥주임을 널리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광고영상에서 클라우드 맥주를 연상케 하는 금색 드레스를 입은 전씨는 ‘100% 맥주 원액’ ‘물타지 않았다’ ‘그래서 전지현은 ’클라우드‘를 마신다’며 3가지 강렬한 멘트를 날렸다.
롯데주류는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여름 성수기 등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롯데주류 자체 추정결과 약 1억9000만 상자(1상자 500㎖ 20병 기준). 이 중 롯데가 목표로 잡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 시장은 1500만~1800만 상자 정도로 추산되며 해마다 10%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3년안에 연간 맥주 생산 규모를 50만 킬로리터로 늘릴 예정이다. 투자 예상 금액은 7000억원이다. 첫 맥주 출시 3년만에 생산능력을 10배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월드컵 시즌’ 시장판도 잣대
클라우드 출시 37일이 지난 29일 현재, 국내 맥주제조업체 3사 가운데 롯데의 점유율은 롯데마트에서 13.2%, 홈플러스에서 5.5%, 세븐일레븐에서 5.2%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잘해야 3~5%대를 차지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넘어선 수치지만, 아직 이마트, 신세계에브리데이,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 본격적인 시장 반응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다 이미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와 하이트도 연달아 신제품을 내놓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정통 영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에일맥주 ‘에일스톤(ALESTON)’을 지난달 1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부드러운 목넘김을 강화한 맥주 브랜드 ‘뉴 하이트’를 지난달 3일 새롭게 내놨다.
업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며 아직까지는 주류 광고가 침체된 분위기라, 내달 13일부터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시즌이 돼야 시장 판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29일 CNB와 통화에서 “롯데마트에서 판촉행사를 벌인 결과 의외로 초기반응이 괜찮다”면서도 “아직은 롯데 계열 유통사 중심으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어 타사 대형마트의 분위기는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