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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용석 교수의 ‘스포츠와 인권’<10>…니코틴 효과와 나비효과

1회용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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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4.05.28 18:29:42

하얀 종이 막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동시에 빨대를 빨 듯 막대를 ‘쭉’ 빨아올린다. 목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마법의 연기. 소화불량, 스트레스, 피곤함, 초조함을 한방에 날려주는 요술막대다.


경고 : ⑲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금지! 당신의 자녀를 병들게 합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담뱃갑에 쓰여 있는 경고 문구다. 인체의 위해함을 들어 ‘사지마세요’라고 대놓고 광고하지만 흡연자들은 굳이 담배를 집는다. 


나 역시 그랬다. 흡연자만이 알 수 있는 니코틴의 매력.


강남대로, 버스정류장, PC방, 만화방, 공원, 교육시설 등으로 금연구역이 확장될 때 흡연자의 인권을 부르짖으며 친구와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하루에 2갑을 태워야 직성이 풀렸던 애연가 시절, 커피숍·음식점 등의 금연구역은 내게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았다. 첫사랑에 홀린 사춘기 소년처럼 쉴 새 없이 담배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필자는 2013년 7월 14일 수년간 동고동락하던 담배와 결별했다. 담배를 끊으라는 아내의 성화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박사학위 받으면 끊겠다’고 약속했다. 만 가지 핑계와 이유로 지켜왔던 ‘내 사랑’ 담배를 학위논문과 함께 제출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거야.” 힘들게 금연을 한 선배의 말이 떠오르며 한숨이 나왔다.


담배를 끊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몸이 변했다. 습관처럼 입에 물었던 담배를 사탕이 대신했다. 배가 나오고, 얼굴이 커졌다. ‘언젠간 뺄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자위하며 몸의 변화과정을 묵묵히 지켜봤다. 입안 가득했던 담배의 허전함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붙이지 않은 생담배를 입에 물고, 뱉고를 반복했다.


금연을 한지 10개월, 매일아침 목을 괴롭히던 가래가 사라졌고 아침이 상쾌해졌다. 길거리에서 솔솔 풍겨오는 담배연기는 더 이상 달콤하지 않다. 양약고구(良藥苦口)란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뜻이다. 담배의 달콤함은 내 몸을 병들게 했지만 아내 잔소리는 나의 건강을 살찌게 했다. 충고는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1인용 흡연은 없습니다. 당신이 흡연자라면 그대의 아이도 흡연자입니다.”


화장실에 붙어 있던 한 공익광고의 글귀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필자는 이 문구를 보고 ‘니코틴 효과’를 떠올렸다. 흡연은 옆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손만 잘 씻으면, 집에서만 안 피우면’, ‘스트레스 받아서 어쩔 수 없이’란 생각으로 물었던 담배 한 개비. 내 가족, 주위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내 양심을 짓눌렀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을 천부인권(天賦人權)이 있다. 인간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차별 없이 보장받고 누려야할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우는데 익숙하다. 유리하면 옹호하고, 불리하면 무시하는 행위, 일관성 없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행위, 이러한 불합리한 인권적용을 성공회대 사회학부 조효제 교수는 ‘인권의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이라고 했다.


‘이중기준’은 스포츠 현장의 부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독, 선수의 승부조작’, ‘심판매수’, ‘부정입학’등은 스포츠계를 넘어서 사회 문제가 됐다. ‘나 하나쯤이야’란 안일한 순간의 선택이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많은 팬의 마음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 지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를 유발시킨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가 생각해낸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원리다. 나의 권리만을 생각한 작은 행동 하나가 타인의 권리, 사회의 질서를 무너트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인생에 1인용은 없다.


옷을 입으면 추위를 막듯이 인내가 불의를 막아줄 것이다.

추울수록 옷을 껴입으면 추위는 당신을 해칠 힘을 잃는다.

마찬가지로 큰 불의를 만날수록 인내심을 길러야 하며, 그럴 때 어떤 불의도 그대의 마음을 괴롭힐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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