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라는 (인재에 의한)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해 전시, 공연, 축제 등 문화예술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 또는 축소되었다.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이루어진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좀 다른 시각에서 이번 조치들을 바라볼 수는 없을까?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이번 조치들이 말해주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한 토론회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중 한 사람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연과 축제 (주최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인해서 문화예술인도 심리적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행사는 민트페이퍼와 고양문화재단의 공동주최로 4월 26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양문화재단은 공연 하루 전인 25일 오후 5시가 넘어 민트페이퍼에 공연 불가를 통보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정상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며 재단 홈페이지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취소됐다”고 공지한 것이다.
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한 뮤지션은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저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되는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문화예술인이 느끼는 무력함 내지는 자괴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한 대중음악의견가가 SNS상에 올려 논쟁이 됐던 글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것은 (...) 음악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며 피하고, 한정된 순수와 낭만만을 담으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단지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얄팍한 문화예술계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음악은, 영화는, 미술은, 다른 문화예술들은 무엇이었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어쩌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현실의 정치적 무능(無能)과 일상적 불감(不感) 앞에서, 문화예술이 단지 무용(無用)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하나? 세월호 참사가 정치, 경제, 심지어 종교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던진 날 선 질문에서 문화예술 영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