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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기업 14곳 대상 '재무구조개선 약정' 칼뺐다

[심층취재] 한진 금호아시아나 한라 현대 현대산업개발 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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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4.05.13 18:06:52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동양그룹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사업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재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2일 대기업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채권은행에 의해 관리되는 42개 주채무계열 기업 중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14개사를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CNB가 해당 기업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한진·동부·현대 등 올해 14개 대기업 지정
전년보다 크게 늘어… 경기 회복 ‘적신호’
금융당국 “특별한 문제 없다. 선제 조치일 뿐”
기업들, 몸집줄이기 진땀 “올해 안 부실 졸업“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인 14개 대기업 계열은 한진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동부 STX조선해양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성동조선 한라 STX SPP 현대 대성 현대산업개발 등 이다.


기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던 기업은 한진 STX 동부 금호아시아나 대한전선 성동조선이다. 이중 올해는 대한전선이 빠지고, 대성 대우건설 동국제강 한라 한진중공업 현대 현대산업개발 SPP조선 STX조선해양 등 9곳이 추가됐다. 주채무계열이 지난해 30개사에서 42개사로 급증한데다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아 조선, 해운, 건설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14개 약정 대상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차입한 규모는 20조원을 넘는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안에 이들 기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주채권은행들은 지난해 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전년 말 금융권 전체 잔액의 0.075%(1조2251억원)가 넘는 42개사를 올해 주채무계열로 분류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 계열사간 돌려막기식으로 버티다 그룹 전체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기업계열의 신용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해 해당기업은 물론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의 부실을 미리 방지하겠다는 것.


재무개선 대상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노력을 해야 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사실상 사재를 털어내는 의미인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 매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한단계 높은 수위인 자율협약에 들어간다. 자율협약은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회사 경영에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입김이 커져 경영권 침해가 우려된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간 워크아웃은 해당 기업의 채권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되는 의미다.


채권단은 올해 이들 대기업에 대해 핵심 자산 매각과 인원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채권단 또한 지난해 STX사태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라 올해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3조원 규모 자구 계획을 발표한 뒤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현대그룹 “자구계획 60%완료”


이런 가운데 해당 기업들의 자구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3조원 규모 자구 계획을 발표한 뒤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이다.

 

최근 현대상선 LNG 사업을 매각하고 현대증권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현대상선 LNG사업부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에 1조3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이번 매각을 통해 현대상선은 지난해말 예고한 자구계획 중 60% 가량을 이행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13일 CNB와 통화에서 “예상보다 빨리 자구계획이 이행되고 있어 채권단(산업은행)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재무구조 개선이 계획보다  빨리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비췄다.


동부, 줄이고 팔고…알짜사업 정리

  
동부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을 패키지로 매각하기로 하고 포스코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동부대우전자 출범 이후 처음으로 광주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동부그룹 제공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내놓으면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당진발전, 동부익스프레스 등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동부하이텍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최근 동부하이텍 인수를 희망하는 복수의 해외기업과 비밀유지약정서(CA)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야심차게 인수한 동부대우전자의 매출규모를 꾸준히 늘려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동부그룹 고위관계자는 CNB에 “자구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2015년까지 재무개선을 완료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변함이 없다. 동부대우전자도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 한진해운 인수로 육해공 물류 완성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실적이 나빠진 가운데 한진해운을 떠안게 됨에 따라 재무 약정이 연장됐지만, 대부분 계열사들이 수익을 내고 있어 기업경영에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최근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신설 법인과 기존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법인 지분을 주식스왑(맞교환)을 통해 한진그룹에 넘겼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인수에 소요되는 ‘실탄’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마련하는 한편 대한항공 소유 구형 항공기 13대를 매각해 2500억원, 부동산과 투자자산을 팔아 1조원 등 총3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 인수로 인해 재무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이 나빠진 게 아니다”며 “한진해운 인수로 명실공히 육해공(육:(주)한진, 해:한진해운, 공:대한항공) 글로벌 물류 기업의 기반을 갖췄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주력계열사인 금호산업의 올해 워크아웃 졸업이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철강업종의 장기 불황으로 철강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재무 약정 대상 기업이 됐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인수를 통한 ‘육·해·공 종합 물류회사’로의 도약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인수자금 마련에 따른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약정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은 건설업 불황으로 이번에 처음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게 됐지만 건설업이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재무개선 약정 기간이 크게 길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11억3500만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클린 퓨얼 프로젝트 공사를 수주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 505억9700만 달러를 달성한 상태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 SPP 등 조선 계열 대기업들은 수년간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지만,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올해 주채무계열 42개사에는 한라·SPP·현대·한국타이어·아주산업·이랜드·대성·한솔·풍산·하이트진로·부영·현대산업개발·STX조선해양 등 13개사가 신규 편입됐다.


주채무계열 대상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선정 기준이 완화된 점도 한 몫을 했다. 금융권 전체 대출 중 총 신용공여액이 0.1% 이상을 차지한 기업이 주채무계열 대상이었지만, 0.075%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이 당장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선제적인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 기업들의 성공 여부는 금융당국과 채권단, 해당기업이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느냐에 달렸다”며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는 대승적 자세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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