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 IT A CAT I SAW?’, 캔버스 위에 오일, 파스텔과 아크릴, 217x5000cm, 2014. 인사미술공간 2층 설치전경.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위치한 인사미술공간에서 6월 5일까지 열리는 배윤환 작가의 전시 제목(‘WAS IT A CAT I SAW?’)은 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같은 문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언어유희인 회문(palindrome) 형식을 차용한 전시 제목은 이 전시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루이스 캐롤이 시간과 경험이 혼재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회문 형식으로 표현한 것과 같이 배 작가는 그림 안에서 단편적인 서사나 이야기를 교란시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배 작가는 50m에 달하는 캔버스에 연속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의 대형 캔버스는 전시장에서 절반은 펼쳐지고, 절반은 펼쳐지지 않은 채 말려있는 상태로 전시된다. 전체 그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관객은 보여지지 않은 나머지 그림을 추측하거나 상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새로운 보여주기 방식은 아직 말려있어 보이지 않는 부분 때문에 성립하는 파편적인 이야기 너머를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실험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그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보다 그리는 행위 자체, 작가가 가지는 표현에 대한 욕망에 집중하고 있다.
관객은 전시장의 벽과 통로 사이로 끊임없이 펼쳐진 거대한 50m의 이야기 그림 앞에서 무한히 펼쳐진 그림이 내포하는 이야기를 단선적으로 흡수하는 것에 실패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작가의 그리는 과정과 행위 자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이 35세 이하 시각예술가들에게 창작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는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다섯 명의 작가를 지원할 예정으로, 이번 배윤환 개인전은 첫 번째 지원 전시이다.
배윤환 작가는 청주 서원대학교 미술학과,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사회 혹은 역사 속에 내재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개인적인 삶에서 출발하는 서사와 관계된 드로잉과 회화작품을 선보여 왔다. 커먼센터의 ‘오늘의 살롱’전에 참여했으며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제36회 중앙미술대전 10인에 선정된 바 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