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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용석 교수의 ‘스포츠와 인권’<7>…1등이 되면 달라지는 것

성공하기까지 실패는 필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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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4.05.08 18:40:36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쥐어온 농구공. 난 그때부터 11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난 전문적인 운동을 그만두고도 꾸준히 농구 동호회 생활을 하고 있다. 농구는 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내가 농구장에서 분통터지는 경험을 했다.


2008년 미국에 있는 한 사립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다. 학생증을 빌려 연수중인 대학의 농구코트에 무작정 갔다. 운동을 하며 종종 외국선수들과 게임을 해봤다. 농구본토 미국에서의 플레이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다. 


4개의 농구코트가 있는 큰 체육관이다. 입구 쪽 코트에 유독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아 이쪽 코트가 가장 잘하는 곳이군.” 직감적으로 느꼈다.


5대5 경기. 진 5명이 빠지고 이긴 팀은 경기를 계속한다. 코트 밖에서 대기하던 모든 인원이 들어가서 한 명씩 3점 슛을 쏜다. 골을 먼저 넣은 5명이 게임을 뛰는 방식이다. 다행히 슛이 들어갔고 첫 게임을 뛸 수 있었다.

  

빠른 템포, 선수 못지않은 화려한 개인기, 엄청난 탄력, 큰 키, 한국의 동호회 농구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볼을 운반하는 포지션인 내가 공을 한 번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뭐 시합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5번의 경기를 연속으로 이긴 우리 팀. 6번째 경기를 시작하면서 그때서야 깨달았다. “볼을 일부러 안주는 것이구나.” 서럽고 화가 났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이다. 영어를 전혀 못했기에 공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전혀 볼을 잡지 못했던 나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틈을 타 골을 성공시켰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다. 아니 환호성인줄 알았다. 나중에 한국인 유학생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대부분은 나를 마크하던 백인 학생에 대한 욕이었다. 동양인 학생에게 골을 내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를 수비하던 백인 학생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내 편 선수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계속 내게 패스했다. 썩어도 준치라 했다. 선수시절 스피드와 드리블이 특기였던 나는 연속으로 돌파와 득점에 성공했다. 욕은 진짜 환호성으로 변해갔다. 


이후 난 학교 농구장에서 ‘농구 잘하는 아저씨(The old man call ball)’로 통했다. 농구경기에 함께 나가고 싶어 하는 미국학생들까지 생겼다. 말 한마디 못했던 동양인 아저씨에게 미국인 친구가 생겼다. 나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몇 개월간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만약 내가 농구를 잘 못했다면 그들이 내게 말을 걸었을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최고로 잘하는 사람, 최초로 이룬 사람, 최대한 많이 한 사람, 뭐든 잘하면 대우받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항상 최고만 기억한다. 1등만 기억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됐다. 하지만 인생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하지는 않지만 승자가 많은 것을 취하는 현실이다.


‘100 : 0’ 이런 현상은 선거, 재판, 스포츠에서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전부 혹은 전무다(all or noting). 스포츠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항상 승자 1등을 꿈꾸는 이유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최초 4강. 포르투갈(예선) 이탈리아(16강) 스페인(8강) 등의 축구 강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했으나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을 달성했다. 감독 히딩크와 국가대표선수들은 국가적 영웅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했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목마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성공하기까지는 항상 실패는 필연적이다. 실패에 맞닥뜨렸을 때 위‘기(機)’는 곧 성공을 위한 ‘기(基)’반이 된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성공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역‘경(境)’은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갈 값진 ‘경(經)’험이다. 실패의 소중한 가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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