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나무에 분채, 53×84cm, 2014. (제공=스페이스 선+)
종교예술은 너무 엄숙하거나 고귀하게 느껴져 일반 관객이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서양의 기독교미술이나 여타 다른 문화권의 종교예술보다 불교미술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오늘날 불교미술이 주는 낯선 느낌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 삼청동 스페이스 선+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5월 6일부터 19일까지 강인녕 작가의 개인전 ‘은혜를 그리다’이 열린다.
중생의 고통을 자비로 감싸 안아주는 보살로서 관세음보살은 불교미술에서 가장 널리 그려져 왔다. 강 작가는 작업에서 관세음보살의 투명하고 하얀 ‘사라’라는 천을 중요하게 형상화한다. 예배하고, 승무를 추고,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에 사라가 떨어져 내려와 그림을 감싸 덮는 형상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을 받고 이에 의지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관세음보살이라는 불교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은혜를 그리다’의 전시장에는 나무판 위에 그려진 불교미술 20여 점 외에 문신을 새기는 바늘과 기계들이 함께 선보인다. 강인녕 작가는 불교미술 작업을 하지만,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기도 한다.
강 작가는 “또 하나 예술로 인정을 받는 기로에 서있는 문화가 있다. 이는 종교예술처럼 고귀해서 멀리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저급해서 멀리하는 ‘문신’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기 위한 문신 작업들도 함께 전시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 “문신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닌 나의 일부이며, 고통을 감수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것이 다짐이 되어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수행이지 않을까”고 반문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 불교미술이나 문신에 대한 섣부른 편견이나 오해를 덜고 선입견 없이 해당 작업들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