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4.04.29 17:45:52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이 회사 이상우 회장(대주주)이 검찰에 긴급체포 되면서 시작된 누리플랜과 주주들 간의 분쟁이 각종 소송전으로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 됐다. (CNB=도기천 기자)
누리플랜 이상우 회장 횡령 혐의…검찰 본격 수사
누리서울타워 신주인수권 행사, 적대적 M&A ‘시동’
임시주총 표 대결 임박… 소액주주 선택 ‘주목’
누리플랜은 지난달 24일 이상우 회장 주재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를 이 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정헌덕 외 5명의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같은날 누리플랜의 최대 협력사인 누리서울타워는 이 회장의 전횡에 반대하는 200여명의 소액 주주들을 모아 별도로 주주총회를 열었다. 33.3%(3분의1) 이상 주주(지분)가 동의하면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상법상 규정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한 것이다.
누리서울타워 측은 “이 회장이 주총을 앞두고 횡령·배임혐의로 긴급체포돼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앞날을 이 회장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주주들이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 한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서울타워는 이날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신임 장병수 누리플랜 대표이사를 비롯해 신규 이사진과 감사를 선임하고 이같은 내용을 누리플랜 보다 한발 앞서 법원에 등기했다.
등기가 성립되면서 누리플랜 대표이사는 장병수씨로 바뀌었지만, 이내 이 회장 측의 반격이 시작됐다.
주총 3일후인 지난달 27일 누리플랜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등기상 대표이사(장병수)와 신임 이사·감사위원의 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집행 대행자 선임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난 16일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과 결의취소 소송 등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장병수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이 기간 중 누리플랜의 대표이사 직무대리인으로 이규홍 씨를 선임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누리플랜은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 신세가 됐다. 등기상 대표는 장병수씨지만 법원이 직무집행을 정지했고, 이 회장은 불구속상태에서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주들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조만간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서울타워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이사회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할 예정이며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원에 주총 소집 승인을 낼 계획이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통상 1~2개월 이내에 임시주총이 소집될 수 있다.
누리서울타워 관계자는 29일 CNB와 통화에서 “누리플랜을 개인 주머니로 활용한 이 회장 때문에 (주가폭락 등) 피해를 입고 있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아 조만간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서울타워, 이 회장 지분 능가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누리플랜과 누리서울타워 간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누리서울타워가 누리플랜 측에 행사한 84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이다.
누리서울타워는 지난 15일 84억원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며 주금납입까지 마무리했다. 행사된 워런트는 2012년 6월 발행된 100억원 규모의 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미납분이다.
워런트 행사로 누리서울타워의 누리플랜에 대한 보유주식은 기존 155,133주(3.37%)에서 1,207,937(21.01%)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누리서울타워 우호지분 180만여주가 더해지면 누리플랜에 대해 적대적 입장을 취하는 주식수가 300만주에 달하게 된다.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200만여주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이에 맞서 지난 7일 누리서울타워가 행사한 84억원의 신주인수권 중 74만여주(52억원어치)에 대해 ‘신주인수권(워런트)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누리플랜은 “총 84억원의 워런트 중 이 회장 등의 보유 지분 52억원은 전환기간 만료로 다시 이 회장 등에게 양도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실제 누리서울타워가 행사 가능한 워런트는 32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8월 5일자로 작성된 이상우 회장 측과 누리서울타워 간의 확인서를 공개했다.
확인서에 따르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감사보고서상 나타나지 않은 배임·횡령 등을 회사에 알리지 않아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지분 인수가격 및 워런트 행사시기를 양측이 다시 협의할 수 있도록 명시돼 했다.
누리서울타워 측은 “확인서를 작성한 직후 이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졌고, 워런트 전환일을 앞둔 지난해 11월에는 사법당국의 내사가 본격화된 상황이어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의 횡령 혐의가 불거져 회사 주식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워런트를 행사할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 측이 제기한 ‘신주인수권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도 누리서울타워 쪽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8일 이 회장 측에 ‘가처분 주장의 근거를 밝히라’며 보정명령을 내렸다. 송달된 날로부터 7일내에 보정 서류를 내지 않으면 소가 각하 또는 기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워런트 권리 행사가 정당한 것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일단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누리서울타워가 이미 대금을 납부한 만큼 보유지분이 늘어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해석했다.
워런트 행사로 보유 지분 측면에서는 누리서울타워 측이 일단 앞서고 있는 모양새지만 장병수 대표가 직무를 정지당한 상태라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긴 힘들어 보인다. 검찰수사 결과 이상우 회장의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회사 경영자체가 흔들릴 소지도 있다. 조만간 열리게 될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