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고치시네’, 비단에 채색, 98×101cm, 2014. (제공=갤러리 도스)
김태연 작가는 전통의 형식을 차용해서 현대 일상의 이면을 재치있게 그려낸다. 서울 종로구 상청로의 갤러리 도스에서 5월 6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유미독존도’는 김태연 작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전통 불화의 형식을 차용한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불교의 신앙 내용을 표현하는 탱화를 종이나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 족자 형식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인 불화를 통해 작가가 표현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현대사회의 맹목적인 욕망이다. 특히 더 나은 외모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려는 성형수술에 대한 현대인의 집착에 작가는 주목한다.
작품에는 성형수술을 통해 이국적인 외모를 소유하게 된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림 속 여인들은 커다란 눈, 높아진 콧대, 관능미 넘치는 몸매에, 머리를 염색하고 화려한 장신구와 옷을 걸친 채 하이힐을 신고 사람들을 내려다본다.
그림 속 성형미인들과 성형외과 의사는 그림의 상단이나 중앙에 위치하는데, 일반적으로 전통 불화에서 부처가 그려지는 위치와 같은 점이 흥미롭다. ‘심판도’에서 의사는 그림의 상단에서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그들의 외모를 심판한다.
또 ‘천상천하 유미독존’에서는 성형을 통해 현대인이 얻는 것은 육체적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불화에서 그림의 상단이 상징하는 극락으로의 진입이다. 의사는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되고,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믿고 수술대에 누움으로써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에 도달한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은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획일적으로 따라가기 십상이다. 수술을 통해 얻은 외모 또한 천편일률적이다. 작가는 표피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우리 시대의 무개성을 전통 불화의 형식으로 적절히 표현해낸다.
성형외과의 손에 육체를 맡기고 인생역전을 꿈꾸며 극락으로 가길 원하는 중생들의 모습은 오늘날 성형시대의 씁쓸한 풍속화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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