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literation Room’, furniture, white paint, dot stickers, dimensions variable, 2002-2014. Collaboration between Yayoi Kusama and Queensland Art Gallery. QAGOMA photography. (제공=예술의전당)
물방울 무늬, 일명 ‘땡땡이 그림’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개인전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5월 4일부터 6월 15일까지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예술의전당 최대 규모의 개인전으로 지난해 대구에 이어 상하이, 서울, 마카오, 타이페이, 뉴델리를 순회하는 전시다. 쿠사마 야요이가 새롭게 전개하는 회화 연작 ‘My Eternal Soul’을 비롯해 대표적인 회화, 설치, 조각, 관객참여 작품 등 총 1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는 공황장애로 평생을 투병하며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강박과 환영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회화뿐 아니라 퍼포먼스, 해프닝, 패션,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담하고 파격적인 양식을 구축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물방울 무늬는 그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상징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나 1947년 교토시립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952년의 첫 개인전에서 이미 현재까지 지속하는 작업 모티브인 유기적으로 연결된 망(net)과 점(dot) 등으로 이루어진 250여 점의 작품을 발표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57년에는 뉴욕에 정착해 회화, 설치, 퍼포먼스와 해프닝 등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제공=예술의전당)
“뉴욕에서 어느 날 캔버스 전체를 아무런 구성없이 무한한 망과 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내 붓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넘어 식탁, 바닥, 방 전체를 망과 점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그 점들은 계속 번져가면서 나의 손, 몸 등 모든 것을 무섭게 뒤덮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건 이후에 나는 조각과 퍼포먼스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내 작업의 방향 변화는 언제나 내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결과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소멸의 방(Obliteration Room)’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가정집 모습을 한 고요한 백색의 공간에 관객들이 물방울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나가면서 공간을 변형해 나간다. 조금씩 물방울 무늬가 채워짐에 따라 최초 방의 모습이 소멸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그녀 작품의 주요개념인 ‘증식’과 ‘소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환영’, ‘강박’, ‘무한증식’, ‘물방울 무늬’ 등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보여지는 특징이고, 이런 집착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작품 너머의 세상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작가는 개인적인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행위에서 나아가 이 세상도 함께 치유되기를 소망한다.
안창현 기자 isangahn@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