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청원경찰의 보수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국회 안전행정위 소관 청원경찰법 개정안 등 14개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파행으로 끝난 탓에 단 7개의 안건만 심의됐다.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소관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 등을 들어 즉각적인 법안 처리 대신 추가 협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예산 수반 법안에 대해 기재부가 와서 좀 자주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법사위에서 그동안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얼마나 많이 쏟아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소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이 "이 법에 대해서만 (얘기하자)… 또 뭐 정치적인 선동을 하려고 해. 그런 식으로 논리를 펴지 말고…"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김 의원과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이 "지금 얘기하는데 뭐 하시는거냐", "왜 도대체 화를 내면서 그러냐"고 항의했고, 이 의원은 "점잖게 얘기를 해 그냥", "아니 목소리를 확 올리면서 왜 그렇게…"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반말을 하느냐", "왜 그 따위로 진행하느냐"고 거칠게 반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이 의원은 산회를 선포했다. 이날 소위에 상정된 14개 법안 중 7개만 심의된 상태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의사봉을 세 차례에 걸쳐 두드리는 과정에서 나무로 된 의사봉 받침대가 두동강 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 관계자는 "받침대에 원래 금이 가 있는 등 낡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산회 선포에 김 의원이 "조폭도 아니고 이 양반이…"라고 거친 언사로 반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으나 산회 후 이 의원은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 의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여객선 침몰사고에 따른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정치권이 자숙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습이 연출된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소위에는 택배기사·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의 산재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상정됐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처리가 보류됐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환노위는 한때 법사위의 월권 금지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