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 FRP, 우레탄 도장, 180x40x250cm, 2014. (제공=스페이스 오뉴월)
조각가 변대용은 팝아트적인 매끈한 이미지를 이용해 현대사회의 단면을 섬뜩한 우화로 표현한다. 성북동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5월 7일까지 열리는 변대용 작가의 개인전 ‘The Chunk_덩어리들’에서 관객은 또 한 편의 우화를 볼 수 있다.
작가는 화려한 판타지를 통해 오늘날 그늘진 소비사회의 이면과 작가 개인의 상처를 우화의 방식을 빌어 표현했다. 시궁창의 쥐를 꿈과 환상의 아이콘으로 둔갑시킨 디즈니의 상상력이 놀랍게 느껴졌던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 강렬한 색감으로 반짝이는 미키 마우스와 마이클 잭슨을 표현한 바 있다.
대중문화의 두 아이콘에서 ‘흰 장갑’이라는 공통점에 주목한 것이다. 전시 제목 ‘빌린 장갑’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마이클 잭슨이 미키 마우스의 흰 장갑을 빌려서 팝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고 비틀어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신작들도 작가의 이런 우화적 서사가 돋보인다. ‘The Chunk_덩어리들’은 마치 한 마리 생선이 머리, 몸통, 꼬리로 나뉘듯 소비능력과 취향으로 구별되는 덩어리진 사회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여기서 작가는 유기견과 비교할 수 있는 ‘유기인’이라는 범주를 과감히 설정해서 자신의 잔혹 우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빛의 삼원색’, ‘색의 삼원색’과 같이 좀더 미술적 소재를 활용해 ‘덩어리’를 변주하는 작업들도 눈길을 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