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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도 뛰쳐나온 흉가...그곳에선 무슨 일이?

경북의 기묘한 이야기 ① 대한민국 3대 흉가 ‘영덕 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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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3.07.11 11:54:58

▲영덕 흉가의 외부 전경.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분위기는 어둡고 음산하다.(사진/김락현 기자)

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해수욕장 맞은편 산 끝에 위치한 2층 양옥건물.

7월의 뜨거운 햇살이 그곳만은 피해간 듯 주변에 어둠이 깔렸다. 잿빛의 흐트러진 외관은 왠지 모를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눈에 봐도 건물은 아주 오래되고 낡아보였다.

마당은 버려진 쓰레기와 잡초로 무성하게 뒤덮였다. 여기에 갈라진 건물 벽과 빨간색 스프레이를 뿌려 쓴 낙서, 깨진 창문, 뻥 뚫린 문을 통과하는 바람소리는 건물이 주는 느낌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했다.

내부는 외부보다 더 습하고 공기도 서늘했다. 곰팡이가 가득한 벽에는 낙서와 돌이나 못으로 긁은 자국, 달마도 그림, 부적 등으로 어지럽게 도배돼 있고, 버려진 의자와 매트리스 등은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됐는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집 안 밖에 굴러다니는 음료수 캔들과 술병, 흩어져있는 담배꽁초 등이 최근까지도 사람들의 방문이 잦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덕 흉가의 내부. 2층으로 올라가는 낡은 계단과 뻥 뚫린 천장이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사진/김락현 기자)

◆괴담은 괴담을 낳고...흉흉한 괴담에 인기 흉가체험 코스로

이곳은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 정신병원’, 충북 제천의 ‘늘봄가든’과 함께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하나로 꼽히는 ‘영덕 흉가’이다.

흉가는 보통 깊은 산속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덕 흉가는 하루에도 수 만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장사해수욕장 인근 7번국도 도로상에 위치하고 있다.

3대 흉가로 유명세를 탄 영덕 흉가는 화제의 장소인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무속인 두 명이 이곳에서 밤을 지새우다가 한 명은 실종되고 한 명은 미쳐서 뛰어나왔다’는 얘기가 전해질 만큼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영덕이 고향인 지인들, 인터넷 등에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1980년대 지어진 이곳은 횟집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주인이 잠자는 동안 집이 흔들리고 벽이 갈라지며 창문이 깨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또 횟집 여사장이 새벽에 2층에서 머리 풀고 내려오는 여자 귀신을 보았다며 혼절한 이후 미국으로 이민 가버렸고, 몇 번씩 용도와 주인이 바뀌었지만 모두 망하면서 방치돼 흉가가 됐다는 것이다.

▲흉가 내부의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달마도 그림과 달력들.(사진/김락현 기자)

영덕 흉가와 관련된 괴담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초의 괴담은 6·25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은 당시 장사상륙작전에서 산화한 학도병과 병사들이 죽어 묻힌 곳이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흉가 인근 마을이 고향인 김선혜(여·25)씨는 “어렸을 때부터 그 집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한 여자와 군인이 교제했고, 여자는 임신을 했지만 남자가 배신했다고 한다. 여자는 그 집에서 아이를 먼저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괴담이 떠도는 것은 사실이고, 지역주민이라면 저 집에 대한 소문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덕 흉가에 대한 괴담은 그저 나쁜 소문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횟집 앞 도로가 2차선에서 4차선이 되면서 차량진입이 힘들어져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자연스레 망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 흉가에 살던 무속인이 도망갔다는 건 무속인이 집세도 내지 않고 무단점거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월세를 독촉하자 무속인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귀신이 실제로 있건 없건 간에, 결과적으로 영덕 흉가에 대한 나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방송까지 타면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흉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흉흉한 소문 때문인지 영덕 흉가는 매년 여름이면 방송사는 물론, 흉가체험 동호회에서 즐겨 찾는 곳이 됐다. 흉가체험 카페 등을 통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곳을 찾아 이색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술을 마셔서인지 헛것이 보인다 생각했다. 바로 앞에 수 십 명이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친구들을 부르고 다시 보니 아무것도 없고 벽에 달마그림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등 인터넷에선 심심찮게 섬뜩한 체험 후기를 볼 수 있다.

영덕 흉가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흉가 바로 옆에 위치한 펜션이 바로 그것이다. 흉가 주변에 그림 같은 펜션이라니 몹시 낯선 풍경이다.

인근 주민들에 의하면 현재 이 펜션은 흉가 체험을 하러 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흉가에 얽힌 괴담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흉가의 존재 자체가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영덕 흉가의 경우 오히려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흉가가 마을의 주택가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덜 할지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희정 기자

▲흉가 바로 옆에 위치한 펜션. 나란히 서 있는 두 건물의 모습이 이색적이다.(사진/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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