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효성그룹 등 친MB기업 ‘불똥 튈라’ 초긴장
“검찰, 3~4개 대기업 비자금 의혹 내사” 소문 파다
CJ그룹 이재현-이미경-이재환 오너 3남매 수사 타깃
(CNB=도기천 기자) 검찰이 4대강 사업 관련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21일 CJ그룹과 계열사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새 수십곳의 대기업그룹과 계열사들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 연말부터 나돌던 ‘재벌 살생부’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재계 주변에선 지난해부터 검찰이 3~4개 대기업의 비자금 의혹 등을 내사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수혜 기업 중 하나인 코오롱글로벌(구 코오롱건설)은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수년간 받은 수억원대의 고문료의 실체가 벗겨질 지 주목된다.
국세청은 코오롱이 이상득 의원에게 제공한 고문료가 현금이었던 점을 감안, 코오롱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을 가능성과 탈세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효성그룹이 계열사를 이용해 거액의 개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사정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효성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CJ를 비롯해 효성그룹과 한진그룹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한 사실이 있어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남양유업을 필두로 한 검찰의 ‘물품 떠넘기기’ 수사를 비롯해 주요 건설사들에 대한 4대강 입찰담합 수사, 제약사들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 등이 줄을 잇고 있어 재계 전체가 촉각이 곤두서 있다.
재벌가·4대강건설사·수퍼갑 기업 ‘타깃’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 대부분이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건설업체와 관계사 등 25개사 30여곳을 대상으로 이례적으로 ‘동시다발 수사’에 착수했다. 검사와 수사관 200여명을 동원해 진행한 동시 압수수색은 사실상 검찰력이 총동원된 것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올들어서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감사원이 잇따라 4대강 비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펼치자 건설업계는 “수사의 끝이 어딜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0대그룹사의 고위 관계자는 “SK그룹, 한화그룹이 오너가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다음은 어디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중소기업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중소하청업체와의 도급 관계가 많은 대기업, 전 정권과의 관계가 돈독해 특혜의혹을 받았던 기업들이 주로 회자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檢, CJ그룹 오너가 정조준
한편 CJ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은 이재현 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수상한 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CJ그룹이 해외에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유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1일 오전 7시께부터 약 14시간 동안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전·현직 임직원 자택 등 5∼6곳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보내 회계 장부와 자금 관리 문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며 매입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 일가는 서미갤러리로부터 2001년부터 2008년 1월까지 1400억원의 미술품을 사들였는데 그동안 CJ측은 자금출처에 대해 ‘상속받은 자금’이라고 해명해 왔다.
한편으로는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실제 물품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 대금만 해외법인에 보내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CJ가 버진아일랜드에서 들여온 70억원 가량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검찰이 수년만에 다시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정조준함에 따라 이번 수사가 재벌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 수사가)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이미경 부회장-이재환 계열사 대표 등 오너 3남매를 타깃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거래·순환출자 등으로 오너가의 자산을 증식하고 있는 재벌그룹들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기업활동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