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왔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을 2박 3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국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했다.
이에 반발한 박영재(사법연수원 22기) 법원행정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야권에서는 여의도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하는 여론전으로 총공세를 펴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일부터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3대 사법개편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대여 총공세에 나섰다.
3일 오후부터는 국회 본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연 뒤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부터 신촌, 서대문,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인근까지 도보 행진한 뒤 청와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 법안이 최종 통과된) 2026년 3월 1일은 대한민국 헌정 종말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사법 3대 악법’을 발의하고 찬성한 모든 의원들의 이름이 우리 역사 길이길이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3대 악법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며 그것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수호 책무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사법파괴 3대 악법’은 사법부의 의견수렴 절차도 밟지 않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국회 여야 합의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위헌적 법안들을 국회 다수당의 힘으로 일방 처리했으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마땅히 입법부에 제대로 논의해서 법안을 가져오라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대통령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지난달 26일부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매일 1건씩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 ‘재판소원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이어 28일에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가결 시킴으로써 ‘사법개혁 3법’의 입법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은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전략 논의와 함께 필리버스터로 대응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률을 잘못 적용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내용’으로 가결 직전에 일부 조항을 손봤으나 사법부는 여전히 위헌 소지와 남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리고 ‘재판소원제 도입법’은 대법원이 사실상 4심제라면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사안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처리된 ‘대법관 증원법’ 역시 대법원은 “사실심 약화”를 이유로 보다 신중한 ‘단계적 추진’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법관 증원법’ 통과 직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어렵다던 ‘사법개혁 3법’이 완료돼 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로서, 내란극복, 빛의 혁명에 함께한 국민들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제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드는 결단을 내릴 시간”이라면서 “법원행정처 폐지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핵심 중 하나로서 오래전부터 학계와 시민사회 단체가 주장해 온 과제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호응할 것으로 믿는다. 시기와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여권의 이 같은 ‘사법개혁 3법’ 입법 강행에 대한 반발로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지난달 13일 천대엽 전 처장 후임으로 임명된 지 45일 만인 지난달 27일 사퇴 의사를 밝혀 범여권과 사법부 갈등은 이제 공개 충돌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박 처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최근 여러 상황과 법원 안팎의 논의를 종합할 때 제가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사법부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물러나게 돼 송구스럽지만, 사법제도 개편 논의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에 사법부도 지난달 25일 긴급 전국법원장 임시회의를 열어 “사법제도에 근본 변화를 가져와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충분한 공론화와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하면서 “여러 기관·전문가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