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든 24일부터 ‘무박 8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하는 등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면서 다음 달 9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한 ‘대미투자특별법’ 심사도 파행을 맞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후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것을 시작으로 회기 종료일인 다음 달 3일까지 개혁·민생 법안 처리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입법독주’를 규탄하며 전면적인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국회에서 회동해 본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렬되자 각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설전을 지속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대전·충남 통합에 반대한 것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저도 고향이 충남이니 국가균형발전과 고향 발전을 위해 충남 출신 대표끼리 한번 회담해 보자 하니 대답이 없다”며 “참 못 믿을 사람, 알 수 없는 청개구리 심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대한민국 주식이 펄펄 날고 있어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서 종합주가지수 6000, 7000, 8000으로 가는 데 좀 더 힘을 주자는 게 ‘3차 상법 개정안’인데 국민의힘이 국운 상승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방해 책동을 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도 “일분일초가 절박한 민생 회복과 사회 대개혁의 골든타임 앞에서 민주당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상임위를 단독으로라도 개최하고 나아가 필리버스터 관련 국회법을 재개정해서라도 국민의힘의 민생 인질극을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사법 파괴 3법’은 위헌으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강행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고 헌법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전체주의적 독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이 상정한 ‘3차 상법 개정안’은 금융·자본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으로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등이 제한되는 회사의 경우는 법령준수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 자기주식을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원칙적으로 처분하게 한다.
이에 첫 찬성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1·2차 상법을 개정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뒤통수를 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기대감, 이사회가 거수기가 아닌 책임지는 기구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 토론자로 나선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자는 건데 (민주당이) 계속 무시하고 가는 중어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으며, 이후에는 같은 당 최보윤, 최은석 의원 등이 잇따라 상법 개정안과 사법개혁안,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 후 재적 5분의 3 찬성으로 이를 종료할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오늘 오후 강제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킨 뒤 ‘3차 상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는 등 2월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하루 1건씩 법안을 처리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에 따라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개혁법안’ 처리는 물론, ‘국민투표법 개정안’, ‘전남·광주 통합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 등을 차례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입법 계획에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특히 이날 본회의 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주도한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이 보류되면서 국민의힘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그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고 규탄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여야 충돌 국면에서 대미투자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 9일까지는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미투자특위 운영권을 가진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난관에 봉착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2월 국회가 끝날 때까지 ‘무박 8일’간의 전면적 필리버스터를 통해 민주당의 사법개혁법안 등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며, 이에 더해 이번 주 열리는 모든 상임위 일정에도 전면 보이콧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10시께 지난달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중에 본회의 사회권을 국회부의장뿐 아니라 상임위원장에게도 넘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처음으로 국회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한 원내대표에게 본회의 사회권을 이양했다.
이와 관련, 우 의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오랫동안 이학영 부의장과 맞교대로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으나 건강상 더는 그렇게 할 수 없어 취한 조치지만 참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의장단의 권위는 국회의 중심인 본회의장에서 의사를 진행하는 사회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참으로 아쉽다”고 전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