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제1야당 대표 첫 필버’ 장동혁…지켜본 국힘 의원 20여명 불과

책 5권 읽으며 20시간 넘겨 역대 최장 기록…‘尹 단절’ 메시지 없이 일방 주장 반복

심원섭 기자 2025.12.23 11:47:12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며 하이에크가 쓴 자유헌정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헌정사상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연단에 올라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전날 이 법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전 11시40분께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서 밤을 꼬박 새웠으며 이날 오전 11시 현재 24시간째 발언 중으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인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의 17시간 12분 기록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20명 안팎의 의원들이 조를 짜서 이날 새벽까지 교대로 본회의장을 지키며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5시께 장 대표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리면서 “의원들은 경내에 도착하는 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에 맞서고 있는 장 대표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대법원 예규로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로서 장 대표는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부각하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오전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추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누가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영원히 기억해달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어야 할 이름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장 대표는 “비상계엄 내란특별재판부는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반헌법적인 특별재판부다.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특정 사건을 맡겨서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민주주의 국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장 대표는 “이 법이 통과된다면 역사는 분명히 말해 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2025년 12월 23일 비상계엄특별재판부 설치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무너졌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는다. 앞문으로 들어가려다 슬그머니 창문으로 기어들어 간다고 해도 위헌이 합헌으로 되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민주당이)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란몰이가 실패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내란몰이가 실패한다면 이 정권이 몰락할까 봐 두려운 것”이라며 “비상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이라는 글자를 아무 데나 갖다붙였다. 내란몰이가 정당한 것이라면 특별재판부가 왜 필요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장 대표는 지난 19일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된다. 이제는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노선 변화를 시사했으나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성격에 대해 준사법적 기관의 지위를 부여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과 같이 순수한 사법적 판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상계엄은 사실상 2시간 만에 종료됐고 국회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도 초래되지 않았다”고 尹과의 단절 메시지는 내놓지 않아 ‘허언’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전제부터 거짓말”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동참이 없었으면 윤 전 대통령 탄핵도, 이재명 대통령 권력 탄생도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날 단상에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의 ‘헌법학’,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프리드리희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 스티븐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 총 5권의 도서를 들고 올라가 밤새 읽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들었으며, 필리버스터 시작 후 18시간이 지나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면서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고 적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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