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곧 경쟁력”…‘렛제로’로 시장 공략
국내 첫 HVO공장 착공…지속가능항공유 생산
폐식용유·폐플라스틱 활용한 제품 생산 ‘속도’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재활용 플라스틱과 신소재 개발을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나선 LG화학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플라스틱 재활용에는 크게 물질 재활용과 화학 재활용이 있다. 그중 물질 재활용은 사용한 것을 선별·분쇄해 작은 알갱이 형태(펠릿Pellet)로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화학 재활용은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을 다시 기름이나 원재료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화학 재활용을 통해 열분해유를 만들어내면 상품성이 훨씬 커진다. 어떤 형태나 색깔로도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업성에 주목한 LG화학은 충남 당진시에 국내 최초의 연산 2만 톤(t)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기체와 액체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폐 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바꾸는 공정을 할 예정이다. 이 공정에서 쓰게 될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는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특수 열원이다. 이는 액체의 용해성과 기체의 확산성을 모두 갖춰 물질이 좀 더 쉽게 만들어 질 수 있게 한다.
회사는 이 같은 공정의 기초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 2023년 1월 자원 순환 업체 ‘넷스파’(NETSPA)와 체결한 폐비닐 등 해양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자원 순환 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이 그것이다. LG화학은 서울시, 경기 안산·시흥시와도 폐비닐을 공급받는 MOU를 맺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8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휠체어 부품을 제작해 기부한 바 있다. 사회가치실현 프로젝트 기업 COC랩과 함께 10명의 어린이에게 친환경 소재로 만든 스포크 가드를 전달한 것. 스포크 가드는 휠체어 바큇살에 부착하는 둥근 모양의 보호판이다. 바퀴를 굴리면서 손가락이나 링거줄이 끼이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LG화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비슷한 물성과 투명도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인 PLH(Poly Lactate 3-Hydroxypropionate)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이나 폐글리세롤을 활용해 사용 후 분해가 기존 플라스틱 제품보다 쉽다.
LG화학은 식물성 원료 기반 친환경 수소화식물성오일(HVO) 공장도 짓고 있다. LG화학 자회사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은 지난달 충남 서산시에서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국내 첫 HVO 공장으로 오는 2027년까지 연간 30만 톤 규모 HVO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HVO는 폐식용유 등 재생가능한 식물성 오일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친환경 연료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크고 저온에서 얼지 않는 특성을 가져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 디젤, 바이오 납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LG화학에 따르면, 총 8600억원을 투자해 이 공장을 건립 중이며, 공장에서 생산된 친환경 연료로 SAF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SAF는 항공기 연료로 HVO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일반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항공 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주요국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 추세에 따라 향후 SAF 수요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은 2021년 약 1조원 규모였던 SAF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28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은 이 외에도 ‘렛제로’를 앞세워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렛제로(LETZero)’는 2021년 7월 탄생한 LG화학의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다. ‘하게 하다’라는 뜻의 LET과 Zero의 합성어로 환경의 해로움을 제로로, 탄소 배출 순증가를 제로로 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고윤주 LG화학 최고지속가능전략 책임자는 지난 7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제주국제환경플러스포럼’ 기업 세션에서 렛제로를 중심으로 한 기업활동을 소개했다.
LG화학의 렛제로 제품은 리싸이클(recycle) 제품군과 바이오(Bio) 소재 제품군으로 구성된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Post 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을 생산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매립과 소각을 줄이고 나아가 기존의 화석 원료 사용도 줄이는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CNB뉴스에 “LG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기반으로 전환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HVO와 같은 친환경 연료 및 바이오 원료 분야에서 기술 혁신과 상용화를 지속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