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안토니 곰리의 예술?..."인간성 회복의 마지막 그라운드" 뮤지엄산

ART FAIR와 ARMS FAIR의 상관관계, "예술은 지정한 인간성 회복의 마지막 그라운드"

김진부 기자 2025.06.20 09:37:12

안토니오 곰리가 19일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협업해 완성한 뮤지엄산의 새로운 공간, '그라운드(GROUND)'가 19일 언론에 공개됐다. 곰리의 작품 '블럭 웍스(BLOCK WORKS)' 7점이 배치된 '그라운드'는 6월 20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그라운드'는 로마 판테온과 같은 돔 형태의 공간으로, 하늘과 맞닿아 원형으로 뚫린, 마치 눈(EYES)과 같은 오큘러스가 인상적이다. 필자는 이 공간에 들어서자, 베를린에 있는 '노이에 바헤(NEUE WACHE)'를 떠올렸다. 그 안의 케테 콜비츠의 '파괴적 전쟁으로 희생된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 조각상과 오큘러스 천창(天窓)으로 들어오는 빛의 숭고함이 닮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100년 200년 후에도 뮤지엄산과 남아"
안도 타다오가 본 안토니 곰리


뮤지엄산(Museum SAN)은 12월 1일까지 안토니 곰리의 전시 'DRAWINNG ON SPACE'를 열지만, 안토니곰리의 작품 7점과 '그라운드'는 '제임스 터렐 전시관'처럼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안도 타다오는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그라운드에서) 앞으로 100년, 200년 후에도 뮤지엄산과 주변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라고 말했다.

 

안도 타다오가 영상으로 안토니 곰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안토니 곰리에 대해 안도 타다오는 "뮤지엄산에서 저 멀리 초록빛 자연을 헤치며 안토니 곰리가 나타났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그의 작품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새로운 존재자처럼 느껴져 그 순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계속 바라다보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는가?', '생명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지구가 있고 지구 너머로 펼쳐진 푸른 자연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며, 그 자연과 대조를 이루는 곰리의 작품은 우리 마음 깊숙이 잊히지 않을 인상을 남깁니다. 이를 보면서 곰리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라 인간이 산다는 것 자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라는 점이 확실히 느껴졌습니다...아름다운 자연과 작품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낼 것 같습니다. 역시 작가로서 추구하는 경지가 대단합니다. 아름답고 맑고 힘차게 지구를 생각하고 생명을 생각하는 그의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안토니 곰리의 무엇이 안도 타다오에게 그렇게 감동을 주었을까?

안토니 곰리가 생각하는 예술관의 단면
그와의 대화 속에서 엿보는 '진지한 삶'


필자는 19일 1시간이 넘게 이어진 질의 답변 중 곰리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더우기 그 키워드는 '그라운드(GROUND)'여서 뮤지엄산의 그라운드 공간, 그리고 그의 작품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안토니 곰리가 안도 타다오와 협업으로 탄생한 그라운드 전경, 곰리의 작품 7점이 배치돼 있다. (사진= 김진부 기자)

안토니 곰리의 예술관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그 핵심 문장은 "예술은 진정한 인간성(HUMANITY)을 회복하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FINAL GROUND)라고 생각합니다."이다. 통역사는 '마지막 보루'라고 문맥에 맞게 통역했지만, 곰리는 'BASTION'이라고 말하지 않고, GROUND라고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의 예술관을 총제적으로 볼 수 있는 장소는 뮤지엄산의 GROUND, 인공이 아닌 자연과 조화된, 그러나 그 속에 진정한 인간성이 살아 숨쉬는 '공간과 작품 7점'이 존재하는 그라운드다.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그의 예술관과 세계관
"예술은 진정한 인간성의 마지막 그라운드"


얘기가 나온 김에 안토니 곰리가 생각하는 예술관과 세계관, 즉 '진정한 삶'의 단면에 대해 알아보자. 그의 말 속에서 뽑은 키워드는 '조각', '진정한 인간성', '그라운드', '균형'이다.

안토니 곰리는 '조각'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각은 세상에 직접 나가서 만지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입니다...우리는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부분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며 우리가 깨어 있을 필요를 언급했다.

그의 말 속에서 예술과 대척점에 있는 것은 과학,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과 인터넷'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우리 정신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깊이 자각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 사회적인 실험(인터넷, AI 등)은 우리 두뇌의 신경 경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 두뇌 밖에 존재하는 '외부 두뇌'로 인해 우리의 신경회로가 영향받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부분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경고하는 상실할지도 모를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부분'은 무엇일까? 곰리는 그것이 "이 세계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몸, 다른 존재들과 교류하고 서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 전쟁 그리고 예술의 건강한 균형

안토니 곰리의 경고


좀 더 확장해서 안토니 곰리의 생각을 들어보자. 인간의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정치가 더 발전했을까? 곰리는 "90년대 월드와이드 웹(인터넷)이 생기면서 마치 그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인 것처럼, 그런 약속이 주어진 것처럼 우리가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다시 독제가 횡행하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위험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GROUND)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전쟁과 관련해서는 "지금 인류의 미래는 대단히 취약한 상태라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라며 그는 전쟁과 예술을 함께 언급했다. "그리고 아트페어(ART FAIR)와 군사무기 방산박람회(ARMS FAIR)의 상관관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창조성을 예기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파괴를 위한 도구들이 전시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창조와 파괴, 예술과 전쟁에 대해 말한 안토니 곰리는 그라운드의 천창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 빛처럼 마지막 한 문장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건강한 균형을 되찾아야 합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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