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21대 대선을 겨냥한 공식 선거운동을 광화문, 가락시장, 경기도 동탄 등 수도권에서 막을 올렸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13~14일 이틀에 걸쳐 일제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공략에 나서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가진 ‘경청투어’를 통해서도 지난 9일부터 1박 2일간 경북 경주, 경남 창녕 등 영남 지역을 방문한 바 있는 민주당 이 후보는 13일 오전 경북 구미역 광장 유세를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 등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민주당의 험지인 영남 지역을 찾은 이유는 이 지역의 표심을 공략해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대구(21.6%)에 이어 경북에서 두 번째로 낮은 득표율(23.8%)을 기록했던 ‘험지’인 TK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국민 통합에 공들이는 모습을 부각해 중도층의 호응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 후보는 이날 구미역 유세에서 가진 광장 유세에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저는 젊은 시절에는 군인을 동원하고 사법 살인을 하고 고문을 하고 장기집권을 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것은 지금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로도 있는 것 아닌가. 민주적 소양을 갖고서 인권 탄압이나 불법·위헌적 장기집권을 하지 않고서 살림살이를 잘하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으면 모두 칭송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박 전 대통령의 장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면서 “(나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 동네에서 20% 지지를 못 받을까?.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 안 해줍니까?”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출정식에서 국민 통합의 의미로 민주당 색인 파란색 바탕에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이 써온 빨간색이 가미된 ‘통합 운동화’를 신고 현장 유세를 뛰며 국민 통합 의지를 부각하자 하루 만에 이 운동화가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국민의힘 김 후보는 전날 출정식을 마치자마자 대구로 내려와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1박을 한 뒤 이날 대구 신암선열공원을 방문해 이 지역 출신 항일운동가 김태련 지사 등의 묘에 참배하며 순국선열의 정신을 기렸다.
이어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해 “젊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했지만, 철이 들어서 가만히 보니까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묘소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묘소에 꽃을 바칩니다’라고 참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세계적인 지도자로서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 산업혁명을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 대구·경북이 낳은 인물”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나라가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들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반드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출정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지금 국가의 위기를 구할 사람이 누군지 잘 아실 것”이라며 “국민의힘 김문수라고 대구·경북 시도민들도 잘 알고 계실 줄로 믿고 있다”고 지역 민심에 호소하면서 “우리 대구·경북의 위상이 전 세계 정상들 입에 의해 다 알려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뒤 ▲산불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 ▲대구·경북 신공항 ▲ 대구 군부대 이전 ▲달빛 철도 추진 등 지역 현안의 해결도 약속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이날 오전 대구 죽전네거리에서 출근 시간 피켓 유세를 시작으로 경북대학교 학내 식당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함께한 뒤 대구시 의사회관에서 의료현안 간담회를 가진 다음 칠성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버스킹 형식 간담회를 했으며, 퇴근 시간에는 2·28 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대학생, 의료계 관계자, 상인들과 만나 대화하며 자신의 강점인 ‘젊음’과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이들 세 후보는 공교롭게도 14일에도 일제히 부산·경남(PK)을 찾아 이틀째 같은 지역에서 유세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인 지난 10일에도 경남을 방문해 우주·항공 공약 등을 내세우며 영남 민심을 공략한 바 있는 민주당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부산 지역 유세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통영·거제 등을 방문해 “이번 대선에서 진영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진주중앙시장에서 일정을 시작해 이후 사천으로 이동,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후 항공정비업체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창원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하고, 밀양에서 유세를 벌였으며, 마지막으로 양산 통도사를 찾는 등 이날 종일 경남에서 현장 방문과 유세 일정을 이어갔다.
그리고 개혁신당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에 부산 성균관유도회를 방문한 뒤 부산대학교 학내 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한 뒤, 범어사를 찾아 종교 지도자들과 만났으며, 이후 자갈치시장, 서면 중심가에서 거리유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