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IT)야기] 만져서만은 알 수 없는 친환경 이야기

선명규 기자 2025.05.14 09:50:54

흔히 쓰는 스마트폰, TV에 자리한 친환경
드러나진 않으나 곳곳에 재활용 소재 쓰여
폐가전·폐배터리 등에서 회수해 다시 사용
삼성·LG전자, 자원 순환 체계 만들어 활용

 

LG전자 필리핀법인 직원들이 회수한 폐가전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LG전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친환경’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맨 먼저 초록색이 눈에 그려지실 겁니다. 그다음은 녹진한 손맛이 연상될 테고요. 푸른 들판, 울창한 숲, 비옥한 토양 등을 뭉뚱그리다 보면 이 같은 색감과 촉감이 뒤엉킬 겁니다. 아무래도 친환경은 건강한 자연환경과 이음동의처럼 여겨지니 자연히 이런 이미지가 떠오를 수밖에요.

다만 전자 기기는 예외입니다. 정형화된 친환경 이미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 특성상 환경을 고려한 요소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보통 여러 친환경 소재가 모여 덩어리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가 북미 재활용산업협회 ReMA(Recycled Materials Association)가 수여하는 ‘2025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부터 보실까요? 삼성전자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한 시상식에서 특별한 상을 받습니다. 이 회사 ‘갤럭시 S25’가 북미 재활용산업협회 ReMA(Recycled Materials Association)로부터 ‘2025 ReMA 재활용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건데요. 재활용 소재 활용을 확대한 점이 높은 점수를 얻은 이유입니다.

흘끗 보거나 만져서만은 알 수 없습니다. 갤럭시 S25에는 알루미늄, 희토류, 철 등 총 8가지 재활용 소재가 활용됐는데요. 특히 이번엔 측면 프레임에 재활용 아머 알루미늄이 적용되면서 시리즈 최초로 모든 외장 부품에 재활용 소재가 쓰였습니다. 게다가 제품 포장 박스도 100% 재활용 종이로 만들면서 다시 쓰는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았습니다.

북미 재활용산업협회장 로빈 위너는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의 설계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 지속가능성 원칙을 포함함으로써 이 분야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것은 혁신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제품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폐가전에서 얻은 재생원료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등의 내장 부품 원재료로 사용해왔다면 최근에는 제품 외관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틔운 미니,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 올레드 TV, 사운드 바 등 외관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LG전자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제품 생산에 총 60만 톤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LG전자 임직원들이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서 ‘폐가전 수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자원이 돌고 도는 체계 구축



양사의 친환경 노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원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건데요.

삼성전자는 파트너사들과 함께 버려졌던 갤럭시 스마트폰의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인 코발트 등을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배터리 재활용 순환 체계(Circular Battery Supply Chain)’를 구축하고 이를 갤럭시 S25에 적용했습니다.

LG전자 역시 폐전자제품의 재자원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임직원 대상 ‘폐가전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며 총 2850㎏ 상당의 폐전자제품을 수거했습니다. 이날 임직원 397명은 휴대폰, 노트북, 모니터, 그리고 냉장고 등 대형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폐가전을 들고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국내에서 뿐만 아닙니다. LG전자는 세계 54개국 89개 지역에서 연중 폐가전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수거한 폐가전은 총 500만 톤에 육박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오는 2030년까지 총 800만 톤의 폐가전을 회수한다는 목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기기는 분리 배출이 까다로운 반면 다시 쓸 수 있는 소재는 많이 품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원 순환 체계를 만들어 재활용한다면 효과는 배가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 체계가 탄탄해지는 단계라면 앞으로 그 효과는 얼마나 커질까요? 만져서만은 알 수 없는, 전자기기 속 친환경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합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