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세계경제연구원과 대규모 ‘토론의 장’ 마련
세계적 경제·환경 전문가 초빙해 ‘트럼프 시대’ 전망
“우리 경제에 위기지만 곧 기회”…철저한 대비 주문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이 급변하는 세계경제에 대해 탐색하는 국제 컨퍼런스를 진행해 주목된다. CNB뉴스가 그 현장에 다녀왔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KB금융그룹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글로벌 대전환과 정책기조 피벗을 넘어서 : 지속가능 성장과 금융의 미래’가 주제였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정부와 금융계 주요 인사,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대거 참여했다.
기자는 이날 이른 시간에 행사장에 도착해 취재를 시작했다. 행사장 앞에서는 KB금융이 세계경제연구원과 공동부스를 마련해 참석자들의 이름과 소속을 확인하고 명찰과 책자를 나눠줬다. 먼저 온 참석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동시 통역기가 놓여 있어 국내외 연설자의 영어 토론을 부담 없이 청취할 수 있었고, 전면과 옆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연설 내용이 참석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우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국회 인구와기후그리고내일 대표)이 축사를 통해 내년 1월 20일에 시작되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시대에 우리나라 경제 문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나 의원은 “미국 대선 이후 혼란스러운 상태이지만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조업 안정화 등을 위해서 한국만큼 좋은 파트너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위기가 곧 ‘기회’임을 강조했다. 신 위원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경쟁국인 중국이 지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서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무역에서 특정국 분리·차단)이 공급망 단절을 유발하고 보조금 철폐와 고관세 부과 가능성이 우리 기업에게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점에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트럼프 시대 ‘우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시대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윌리엄 페섹 포브스 수석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2.0이 아시아에는 안 좋은 소식일 수 있다”며 “트럼프는 중국과의 1차 무역대전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중국이 반도체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우주공학,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계속 도전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자리를 가져가는 일들에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의 유일한 경제계획은 아시아의 이익을 빼앗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여러 부서를 해체하겠다고 말하면서 관세 등을 강화해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 등 군사적 변화에 대비해야 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하거나 트럼프 당선자가 평양을 방문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사전에 온라인으로 토론한 내용을 현장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날 컨퍼런스에 동참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대규모 감세와 막대한 재정 적자, 억만장자 기업에 대한 감세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며 “이는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된 인플레이션을 다시 높아지게 하면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많은 공약들이 실패했는데 2기에도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중국 상품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100% 고관세를 부과하면 의존도가 높은 중산층 경제를 중심으로 타격을 주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 수요 위축, 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위 리딩뱅크 KB, ESG 아젠다 주도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인구 감소 위기도 중요한 아젠다로 다뤄졌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부총리급), 세이케 아츠시 일본 고령화대책위원회 위원장(일본 적십자사 총재)이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률 둔화 문제에 대해 소개했다. 오후에는 ‘인구 위기 극복 전략과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기후변화 문제도 놓치지 않았다. 컨퍼런스 중간에 블루 카본(해양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 바닷속 탄소를 흡수하는 수생식물 잘피에 대해 KB금융이 만든 영상이 상영됐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후금융 및 상생금융의 혁신’에 대한 패널 토론도 이뤄졌다.
정신동 KB경영연구소 소장(전무),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외에도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종화 고려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진 금융감독원 금융시장안정국 국장,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전 통계청장),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 등이 함께 했다. 해외에서는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비노드 토마스 전 세계은행 부총재, 산제이 팻나익 브루킹스연구소 이사 등이 자리했다.
KB금융이 이번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은 ESG 경영 전략의 일환이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 고객의 행복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를 ESG 미션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춰 환경, 사회, 책임 경영, 좋은 지배구조 확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가치, 고객 신뢰를 목표로 실천하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CNB뉴스에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에 세계경제연구원과 함께 국제 금융 컨퍼런스를 지원하며 개최하게 됐다”며 “내부적으로는 KB경영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생활금융 등에 대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