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회견, 국힘 반응도 상반…親尹 ‘진솔’ vs 親韓 ‘뜬구름’

한동훈 ‘침묵’ 속에 중립 의원들 “내용 없다” 한숨

심원섭 기자 2024.11.08 10:47:06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7일 실시한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親尹계(친윤석열계)는 “진솔하고 소탈한 회견이었다”라고 호평한 반면, 親韓계(친한동훈계)는 “뜬구름 잡는 회견”이었다고 평가절하했으며, 한동훈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국회 본청에 있는 국민의힘 당대표실과 원내대표실 주변은 이날 오전부터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먼저 움직인 것은 친윤계인 핵심인 추경호 원내대표였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하고 소탈하게 말씀하셨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겸허히 사과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기자회견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기자들의 지적하자 “대체적인 의원들의 평가도 제가 말씀드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윤 대통령을 향해 쇄신과 사과 표명을 요구해온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나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제시했던 ‘5대 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아침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친한계 의원들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친한계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국회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그동안 한 대표가 △명태균씨 논란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전면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해왔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모두 거부한 상황에서 이날 회견을 잘했다고 할 수 없고, 못했다고 할 수 없는 처지 아니냐”고 말했다.

대표적인 친한계 한 핵심 인사도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겉으로는 사과했으나, 정작 행동으로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고 따지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사과하는 행동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면서 “특히 남 탓이나 변명, 국민에 대한 훈계, 장황한 설명을 하면 안 됐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웠으며, 더구나 당사자인 대통령이 아내의 처신에 대해 ‘악마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친한계 의원도 이날 의원회관에서 CNB뉴스 기자와 만나 “차라리 김건희 여사 관련 해명을 짧고 강하게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애매한 회견 내용 탓에 속이 시원하지 않다는 여론이 있어 10점 만점에 6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립 진영의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8일 CNB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사과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면서 “국민들과 ‘팩트’를 다투자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지금까지의 국정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고 씁쓸해하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물론 이 같은 당의 내분이 폭발하지는 않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이 처리를 벼르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과 한 대표가 제안한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뇌관이 그대로 남아 있는 탓에 위기감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 감정을 갖고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공통·공동의 과업을 찾아 나가고 공동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나갈 때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국민을 위해 가장 유능하고 발 빠른 정부·여당이 되려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도 끝났고 순방을 다녀오면 빠른 속도로 당과 편한 소통 자리를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법의 하나로 제시한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그건 국회의 일이니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회가 추천하면 당연히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한 대표의 입장에 따라 당정 갈등도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오는 1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여권 분열을 우려해 강한 수위의 비판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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