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차기 ‘잠룡’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최근 ‘親文’ 핵심인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을 비롯해 비명계 인사들을 대거 경기도청으로 합류시킨 것에 대해 “경기도 발전과 앞으로의 도정 성과를 내기 위해, 경기도를 위해 힘을 보태줄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기도 인선을 놓고 ‘친노·친문 결집’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히며 “저는 그런 의식을 한 적 없다. 제가 이제 임기 전반기를 마치는데, 경기도를 위해 힘을 보태줄 분들이 많이 오시게 하는 과정일 뿐 특별한 정치세력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친문 인사인 안정곤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신봉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각각 비서실장과 정책수석에 임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의혹 제기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부를 곤경에 빠뜨리게 했던 전 전 의원을 경기도의 정책 자문기관인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으며, 현재 공석인 경기도 대변인 후보로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거론되면서, 경기도가 ‘친문 인사 망명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동연 지사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문재인 청와대 시민참여비서관을 지낸 강권찬씨를 경기도청 기회경기수석으로 그리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친노’ 인사인 김남수씨를 정무수석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김 지사가 첫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던 강성천 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도 문재인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장에 임명된 김혜애씨는 문재인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출신이다.
또한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장에 임명된 주형철씨도 문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특히 주 원장은 지난 4‧10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공천 갈등을 빚은 바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는 등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꾸준히 참모로 영입해 왔다.
이처럼 김 지사가 친문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것을 두고 친명계 인사들은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관료 출신인 김 지사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기는 했으나 경기 지사에 취임한 이후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한 이렇다 할 언행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민주당 내 주요 이슈에 대해 이 대표 측과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맞춤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에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소탐대실”이라고 이 대표와 각을 세웠다.
이처럼 김 지사가 이례적으로 당내 사안에 대해 선명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 대표에게 견제구를 날리면서 자신을 대안으로 부각하려는 시도로도 읽혔다.
특히 김 지사는 이 대표가 심혈을 쏟고 있는 ‘전 국민 민생 지원금’ 제안에 대해서도 선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김 지사가 차기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노선·세력에서 이 대표와 차별화하려는 것 같다”, “비명계의 구심점을 염두에 두고 친문계를 규합하는 것 아니냐”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