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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피아’ 낙원? ‘공격적 영업’에 가려진 메리츠화재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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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4.03.06 09:33:19

사상최대 실적행진…ESG는 낙제점
주요 보험사 중 사회 기부금 ‘꼴찌’
금융관료 출신들, 전면에서 ‘방어막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전경. (사진=메리츠금융그룹)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가며 업계 2위로 올라선 메리츠화재가 국제적인 기업윤리 평가 잣대가 된 ESG경영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보험사 중 사회공헌 기부금액이 가장 적은 것은 물론, 대다수 대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 내 ESG위원회 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금융위·금감원 관료 출신들을 영입해 경영 전면에 포진시키는 등 ‘금피아’식 경영에는 힘을 쏟고 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5.2% 증가한 규모다. 이로써 업계 3~5위권에 머물던 메리츠화재는 기존 2위였던 DB손해보험을 제치고 처음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 측은 “업계 출혈 영업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효율적 비용 관리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경영 트렌드인 ESG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우선 메리츠화재의 사회공헌 기부금은 주요 보험사 8곳 중 가장 적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요 보험사 8곳(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사회공헌 기부 금액은 327억4300만원으로 전년 동기(246억6300만원) 대비 약 32% 늘었다. 특히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6%나 감소했음에도 사회공헌 기부금은 65억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7억3600만원에 비해 3.75배 증가했다.

반면 3분기 누적 순익이 1조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급증한 메리츠화재의 기부금은 11억4700만원으로 주요 보험사 중 가장 적었다.

순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0.09%로 빅5 손보사 가운데 가장 낮다. 삼성화재(0.45%), 현대해상(0.46%), DB손보(0.52%), KB손보(0.30%) 등에 비해 많이 뒤쳐진다.

메리츠화재는 그간 순익 규모가 ▲2018년 2347억원 ▲2019년 3013억원 ▲2020년 4318억원 ▲2021년 6609억원 ▲2022년 8612억원으로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 기간 사회공헌기금은 18억원에서 25억원으로 7억 늘어나는데 그쳤다.
 


‘김용범 체제’ 중심에 금피아 포진



ESG경영의 또 다른 한축인 G(지배구조) 분야에 있어서도 메리츠화재는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기업경영자가 이해관계자(주주,직원)를 위해 조직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등 투명한 경영구조를 갖추는 일을 의미한다. 선진국들은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금융관료 출신들을 영입해 전면에 내세우는 일명 ‘금피아’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금피아는 ‘금융관료+마피아’의 합성어로 금융감독원·금융위위원회 관료 출신이 금융사에 입사해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태를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연임에 성공한 서수동 윤리경영실장 부사장의 경우다. 서 부사장은 2020년 3월까지 금감원에서 재직하며 생명보험검사국과 기획조정국, 보험감독국 등을 거쳤다. 2020년 12월 메리츠화재 전무로 영입돼 이듬해 부사장으로 올라섰고, 작년 12월 연임이 확정됐다.

서 부사장은 지난 2022년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신경전을 벌일 당시 메리츠화재의 보호막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금감원은 가입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질병에 걸릴 경우 남은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납입면제의 비율을 기존 100%에서 절반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했고, 이에 대부분 보험사들은 응했지만 메리츠화재는 기존 상품구조를 계속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배경에 서 부사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메리츠금융의 관료출신 임원들. (왼쪽부터) 선욱 메리츠화재 경영지원실장 전무(CFO), 한정원 메리츠금융 브랜드·홍보총괄 전무.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출신인 선욱 전무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선 전무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과, 기업구조조정지원팀, 공정시장과, 산업금융과, 행정인사과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22년 10월 과장으로 퇴직한 뒤 두달 만에 메리츠화재 ESG경영실장(전무)으로 이직했다. 이후 작년 연말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했다. 보험사에서 CFO는 회사 살림살이는 물론 미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직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초에는 금감원에서 보험조사국장, 보험감독국장 등을 거친 박흥찬 캐롯손해보험 상근고문이 메리츠금융 관리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금융당국 출신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퇴직 2개월 만에 메리츠금융·메리츠화재 상무로 영입된 한정원 메리츠금융 브랜드·홍보총괄 전무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전무는 SBS 기자 출신으로 증권과 보험 등 금융 업무와는 무관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메리츠에 영입된지 1년도 되지 않아 상무에서 전무(홍보본부장)로 승진했으며, 지난해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 모두 메리츠금융을 이끌고 있는 김용범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의 중심에 금피아·관료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보험사에서 금융관료 출신들이 감사,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메리츠화재처럼 경영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같은 금융당국 출신이라 하더라도 업무전문성을 살려 감사업무를 하느냐, 대관을 중심에 둔 경영업무를 하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20여년간 오피니언리더들을 상대해온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공직자윤리법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으면 바로 취업이 가능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민간 금융사에 재취업한 관료 출신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당국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늦었지만 ‘탈석탄’ 나서야



메리츠화재는 ESG의 ‘E(환경)’ 분야에 있어서도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폭우·폭염 등 기후변화 위기가 모두 탄소 배출 과다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은 지구촌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상태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기업들의 탈석탄 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대부분 대형 보험사들이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지만, 아직 메리츠화재는 응하지 않은 상태다. 보험사의 탈석탄은 석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자산운용) 배제를 의미한다. 이렇다보니 메리츠화재는 한국ESG기준원 ESG등급평가에서 가장 낮은 환경 등급인 ‘D’를 받았다.

 

금융권의 ESG경영은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과 맞물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메리츠화재는 급격한 성장세에도 불구, 사회공헌에 인색한 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 있어 ESG경영은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과 맞물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는 단순히 사기업의 의미를 넘어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해부터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호응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최근 ‘보험업권 상생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계약대출 이자부담 경감, 보험료 인하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는 만큼, 메리츠화재가 이윤 창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회사 규모에 걸맞는 ESG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CNB뉴스에 “ESG 경영을 막 시작한 단계라 현재는 미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ESG 분야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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