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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회장님은 못쉬어도 직원들은 휴가 ‘펑펑’…왜 그럴까

여름휴가 못가는 총수보다 내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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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7.29 09:33:34

대부분 재계 총수들은 여름휴가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임직원들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여름휴가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은 올해도 작년처럼 휴가를 반납하고 현안점검 및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로 골머리를 앓았다면, 올해는 이와 비교도 안될 ‘코로나’라는 거대한 괴물을 마주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에 직면한 터라, 휴가는커녕 고난의 행군 중이다. (CNB=도기천 기자)

올해도 회장님은 ‘방콕’ 또는 ‘현장’
코로나 경제패닉…위기돌파에 온힘
하지만 임직원들은 언제든 긴 휴가
코로나19가 ‘진짜 워라밸’ 가져왔나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은 한국 재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올 2분기 우리 경제는 직전 분기보다 3% 이상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3.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분기(-1.3%)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우리 경제 주축인 수출이 전 분기 대비 16.6%나 급감했는데, 이는 1963년 4분기(-24%) 이후 57년래 최악의 성적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이렇다 할 여름휴가 없이 업무에 매진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총수들은 현장 경영을 이어가면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최근 국정후반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내건 ‘한국판 뉴딜’을 놓고 셈법이 복잡하다. 이 국가적 프로젝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위기 돌파의 향배가 결정된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이 최근 국민보고대회 형식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비대면(언택트) 산업 육성이 핵심이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펄어비스·컴투스·카카오게임즈 등 게임컨텐츠 기업들, 쿠팡·11번가·홈앤쇼핑 등 이커머스 업종,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SDS 등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차와 재생에너지, 공간·생활 인프라 등 녹색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태양광 에너지 기업인 한화솔루션 등이다. LG하우시스와 한샘처럼 녹색 주거공간 보급에 주력하는 건축·인테리어 기업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발제자로 나올 정도로 친환경(수소·전기)차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정의선, 휴가철에 더 바빠

이런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재계 총수들 중 가장 활기찬 여름을 보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 분야인 친환경차(수소·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지난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6월 22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지난 7일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각각 만났고, 지난 21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다시 만났다. 청와대가 주관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때는 발표자로 나와 전 국민을 상대로 친환경차의 미래비전을 설파했다.

전기차의 승패는 핵심부품인 배터리가 좌우하는데,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이 해당 기업 총수들을 만나 차세대 배터리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부회장에게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휴가를 반납한채 미래 차 시장 선점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또한 당장은 코로나로 얼어붙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있다.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나 고가 제품 소비 쏠림 효과 등으로 국내에선 선방했지만 언제까지 내수 한 바퀴로만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반기 세계시장에서 판매를 신장시킬 묘안을 내놔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이재용, 현장경영 올인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법 리스크와 코로나19 위기로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발등의 불은 본인의 재판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가 내려졌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기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

여기에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터라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달 중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올해에만 14번째 현장 경영을 펼쳤다.

이 부회장은 작년 여름 때도 편치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로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섰다. 작년 7월 초부터 엿새간의 일본 출장을 다녀오고, 이후에도 연일 릴레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반도체 소재 수급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바쁜 여름을 보냈었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행복해진다”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작 자신은 쉼없이 달리고 있다. 그룹현안을 챙기며 신사업 구상, 각계 인사들과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K 임직원들이 산업·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토론에 참여하는 이천서브포럼 홍보를 위해 별도 제작한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그에게 이번 여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집중 탐색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회사에 다닌 지 30년쯤 되는데, 이렇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시기는 처음”이라며 위기 상황을 토로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내수침체로 유통대기업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웹 세미나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유통 사령탑 신동빈·정용진, 위기돌파 총력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유통기업 총수들도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다.

롯데호텔·면세점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급감으로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으며, 롯데쇼핑도 내수 침체로 비상이 걸렸다.

이에 신 회장은 주말마다 전국의 롯데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기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여 곳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름휴가를 보냈지만, 올해는 한국에만 머물며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도 휴가를 반납한채 전국 각지의 이마트를 수시로 방문해 판매 상황을 점검하는 등 현장 일정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그룹 중 유일하게 휴가 계획을 밝힌 총수는 40대 젊은 나이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나 며칠 짬을 내 여름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평소 (계열사 사장들에게) 아무리 바빠도 CEO부터 솔선해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 회장은 재계 총수 중 유일하게 여름휴가 계획을 밝혔다. (LG 제공)
 

코로나의 역설? 직원들은 맘껏 휴가

이처럼 대부분 총수들이 ‘방콕’과 ‘현장’을 휴가지로 택했지만 임직원들은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휴가를 즐기는 분위기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그룹 관계사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한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권장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월 2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행복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직원들과 100차례에 걸쳐 만나는 ‘행복토크’를 약속한 대로 완주할 정도로 직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삼성은 최근 20여개 계열사 직원 20여만명에 대해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제조사업장을 운영하는 계열사의 경우 직원 휴가에 따른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정해진 기간에 단체로 휴가를 가는 ‘집중 휴가제’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무직뿐 아니라 제조직까지 전 직원이 여름휴가를 7월∼9월에 분산해서 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사기 진작 뿐 아니라 휴가 분산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국내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휴가를 가급적 국내에서 보낼 것을 권고했다.

마찬가지 흐름에서 현대차그룹도 연구소의 경우 여름휴가 사용 기간을 7월부터 10월까지로 1개월 연장했다.

 

SK그룹은 ‘부분적 주4일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재계에서 직원 휴가가 후한 곳으로 평이 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작년 연말 경기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분당지역 직원들과 번개모임 형식의 행복토크를 열고 있다. (SK 제공)

LG그룹도 올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가을 또는 겨울까지 개인 희망대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시 휴가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5일씩 연 2회 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개인 연차 3일에 회사에서 주는 이틀을 더해 총 5일이다. 회사에서 주는 이틀은 개인 연차에서 제외된다.

신세계그룹도 연중 자유롭게 휴가를 가도록 하되 정부의 휴가 분산 기조에 맞춰 회사별로 휴가가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감염 예방 차원에서 ‘7말 8초’ 등 특정 시기에 휴가가 집중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전통적인 여름휴가 기간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장 근무자들의 휴가기간을 8월 3∼14일까지 2주로 못박았다.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 휴가 기간도 8월 3일∼7일이다. 한여름 더위에는 야외작업을 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한 조치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19 사태로 생활 속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이 정착되면서 휴가 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는 코로나가 진정한 워라밸을 만들고 있다는 웃지못할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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