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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통곡하는 한반도…남북경협주 영욕의 세월

‘대북 테마주’ 운명 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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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6.24 09:29:53

지난 22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파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위로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수년 간의 평화 무드가 깨지고 남북(南北)이 다시 대립 상태로 치달으면서 이른바 ‘남북경협주’가 긴 터널 속에 갇혔다. 한반도 테마주의 원조격인 범(凡) 현대가(家) 기업들은 물론 개성공단 관련주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북의 속내가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점에서 당장 우리 정부가 사태를 반전시키기는 힘들어 보인다. CNB가 안갯속 경협주의 앞날을 짚어봤다. (CNB=도기천 기자)

시소 같은 남북관계와 공동운명체
北 개방 기대감에 ‘날개’ 달았지만
‘대북제재’ 장벽 앞에 한계 드러내
얼어붙은 세월 견디며 명맥만 유지


“1~2년 전까지만 해도 대북 관련 종목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았죠. 솔직히 지금은 상담해 드리기가 불편해요. 호재와 악재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어 예측이 힘듭니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면서 시작된 남북 해빙무드를 타고 이른바 ‘남북경협주’가 부상했지만 28개월 지난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북한이 미국과의 최후 담판을 위한 대결국면을 선택하면서 한반도 상황이 3년 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주는 지난 20여년간 숱한 굴곡을 겪으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남북(南北), 북미(北美) 간 협상이 진전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짝 상승했다가 이내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져 추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연출했다.

그러다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들조차 예측을 포기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대북전문가도 알 수 없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속내를 증권맨들이 어떻게 알겠나. 예측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1998년 6월 16일 소떼 방북 당시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현대그룹 제공)

장면1  설렜던 그 시절

남북경협주의 탄생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소 1001마리를 이끌고 해방후 최초 육로 방북)을 계기로 현대아산이 2000년 8월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 등을 통해 개성공단 개발 사업권, 북한 7대 SOC사업 개발 독점권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증권,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제철 등 현대가(家) 기업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 남북테마주의 기원이다. 이후 현대가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HDC현대산업개발 등으로 분리됐다.

한편에서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의 중견·중소기업 중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신원,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남광토건, 재영솔루텍, 제이에스티나, 아난티 등 10여개 기업이 이른바 ‘개성공단 테마주’로 묶였다.

이 기업들은 당시부터 수년간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및 개성공단 개발을 진행했고, 현대건설은 대북 경수로 건설과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 건립을 주도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패션·봉제업계는 남측의 첨단장비와 북측의 우수한 노동력에 힘입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당연히 상승세를 탔다.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26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천안함 피격 10주기’ 추모식을 열고 있다.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경협주는 암흑기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장면2  한반도 암흑기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발생한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남북경협주는 변곡점을 맞는다. 민족 문제에 소극적인 당시 이명박 정권은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시켰다.

여기에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쇄기를 박게 된다. 북의 도발로 46명의 해군 병력이 희생되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에는 겨우 버티던 개성공단마저 완전 폐쇄되기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남북관계에 ‘루비콘 강’을 만들었다.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총 10여 차례에 걸쳐 대형 도발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남북경협주는 사실상 테마주로서의 생명을 다하는 듯 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3  테마주 ‘화려한 부활’

이러다가 대북테마주가 다시 부활한 건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관련종목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하더니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된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치솟기 시작해 4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절정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동해선(강릉·고성·제진·금강산)과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남북연락소 개설, 남측 철도 구간 착공식 등 대형호재가 터지면서 2018년 상반기 내내 오르막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2018.6.12.), 평양남북정상회담(2018.9.19.) 등 빅 이벤트가 계속됐지만 실질적인 진척이 없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2차)이 결렬되자 내리막이 가팔라졌다. 이후 남북미 판문점 회동,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등이 이어졌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대부분 경협주들이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운전자론’을 내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요구하는 북한과 대북제재의 끈을 놓지 않는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벌였지만 남북경협주들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즈음부터 한반도 정세는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은 대규모 삐라(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조선중앙TV가 소개한 노동신문.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장면4  北, 정적을 깨다

그러다가 1년여만의 정적을 깨트린 쪽은 북측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문을 내고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군부대 재주둔, 대남 전단 살포 등을 예고했다.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담화는 문재인 정부를 정면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결이 달랐다. 북은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 비난했다.

며칠 뒤 북한은 실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우리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더 높였다. 휴전선 일대에 대남 방송 확성기를 다시 설치했으며, 심지어 대규모 삐라(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한 상태다. 다행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는 넘겼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동안 대북테마주들도 이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적인 종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를 보면 남북,북미관계 흐름과 일치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다, 현대아산이 비상장사이다 보니 남북경협 대장주로 꼽힌다.

2017년 말까지 5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이 회사 주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소식이 전해지던 2018년 1월에 6만원을, 4월에는 8만원을 돌파했으며 5월에는 13만원 넘기며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2월 직후에는 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북의 대남 공세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서는 6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가 지금은 6만6200원(23일 종가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 다른 범현대가 종목들과 제이에스티나, 좋은사람들, 아난티, 신원, 인디에프 등 개성공단 입주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관련주를 비롯한 대북테마주들은 한반도 정세가 악화되면서 앞날이 안갯속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지난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면5  미국만 바라보는 경협주

향후 남북경협주의 운명은 어찌될까.

대북 전문가들은 북의 궁극적인 목표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대북제재 해제인 만큼 우리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연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따지고보면 미국과의 중재자 역할을 잘 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북한이 외견상으로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지만 전단살포가 중단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열린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대남 강경 기조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이 함께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월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큰 틀에서 북미 대화의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어 단기간 내에 남북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우리정부가 아닌 미국이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대북테마주 또한 답답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협주 또한 실적주라는 점을 잊지 말것을 당부했다. 한반도 정세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더라도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만큼 테마성 움직임에 연연하지 말고 기업실적을 보라는 것.

정세현 인하대 겸임교수(경영학)는 CNB에 “실적이 나쁘면 남북관계에 호재가 있어도 일시적일 뿐이며, 마찬가지로 실적이 좋으면 악재가 터져 주가가 내려가도 결국에는 원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며 “경협주 또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실적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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