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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LG·효성…‘트라움하우스’에 가려진 재벌 터의 비밀

“전설이 실화로” 한국재벌家 뿌리 ‘진주 지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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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6.10 09:26:44

한국 재벌의 산실(産室)은 어딜까?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다. 14년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이곳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 다수의 재계 총수가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의 원조 터는 여기가 아니다. 남쪽 바다에서 멀리 않은 어느 마을이다. CNB가 ‘재벌 명당’의 비밀을 들춰봤다. (CNB=도기천 기자)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인회 LG 창업주, 조홍제 효성 창업주. 지금은 고인이 된 세 사람은 1920년대 경남 진주 지수면에서 동문수학했다. (사진=CNB포토뱅크)

 

내로라하는 재벌들 강남 트라움하우스에
하지만 원조 재벌 터는 먼 남쪽 어느마을
삼성·범LG·효성家 등 한동네서 동문수학
혼맥·동업으로 발전해 ‘한강의 기적’ 일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재벌이 거주하는 곳은 서울 서초동의 고가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 5차’다. 2006년 이후 14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69억 9200만원(전용면적 273㎡기준)이다.

시세는 ‘부르는 게 값’이다. 거래가 극히 드물고 매매가도 들쑥날쑥하다 보니 정확한 가격을 매기기가 어렵다. 2003년 완공된 이후 지금까지 주인이 바뀐 건 고작 6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CNB에 “120억원에 거래된 것도 있고 95억원에 성사된 것도 있다. 어차피 재력가들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몇십억원 차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3개(A·B·C)동에 총 18가구, 전용면적 226~273㎡로 이뤄져 있다. 한 개 층에는 두 가구만 배치됐고 가구별 전용 엘리베이터와 전용 로비가 갖춰져 있다. 엘리베이터는 본인이 사는 층과 공용시설이 있는 지하 3층~지상 1층만 작동한다. 남의 집 문 앞에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셈.

주택 내부는 샹들리에와 대리석이 주로 사용됐고, 월풀을 갖춘 메인 욕실과, 드레스룸, 서재, 개인 사우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집안에서 서리풀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공용시설로는 외부 손님을 맞는 응접실, 게스트룸 등이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전국 공동주택가격 1위 자리를 14년째 지키고 있는 이곳에는 여러 재벌총수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북한의 핵 위협이 절정에 달했던 2017년에는 핵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공호 시설로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단지 내 지하 4층에 마련된 방공호는 고무·납·강철로 만든 면진층 공법을 적용해 설계됐는데,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심지어 핵폭풍으로 인한 열과 압력까지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벽 두께는 최고 80㎝에 이르며, 간이침대, 발전기, 화장실, 창고, 가스필터와 공기순환 시설 등을 갖춰 200여명이 외부 물자 조달 없이 2개월을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여러 재벌 총수들이 소유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 경주현 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이현규 한독어패럴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인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대표, 곽정환 코웨이홀딩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류방희 풍산건설 대표도 한때 이 저택을 소유했었다.

트라움하우스 다음으로 비싼 아파트는 △한남동 ‘한남더힐’ △삼성동 ‘아이파크’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 △마크힐스 웨스트잉 등이다. 모두 공시가격이 60억원을 웃돈다. 실거래가는 100억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도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거주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인회 LG 창업회장, 구평회 창업고문, 구자경 명예회장,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LG화학 부산 연지동 공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벌 산실 승산마을 재조명

하지만 한국 재벌가(家)의 뿌리는 트라움하우스도 한남더힐도 아니다. 놀랍게도 한반도 남해에서 멀지않은 한 마을이 여러 재벌가문을 배출한 곳이다.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는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 LS그룹을 창업한 고 구태회 회장, 이들과 동업 관계였던 GS그룹 고 허만정 창업주 등의 생가가 모여있다.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1970년 45세때 LG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5년간 LG를 이끌었던 고 구자경 명예회장도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구 명예회장은 작년 12월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구 명예회장 형제인 구자학(91) 아워홈 회장과 구자두(89) LB인베스먼트 회장, 구자일(86) 일양화학 회장 역시 지수면이 본적이다.

구씨 일가와 사돈이기도 한 허씨 일가는 허만정 창업회장 때부터 3대에 걸쳐 동업하다 2004년 GS그룹으로 분리됐다. GS그룹 명예회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부친 고 허준구 LG그룹 전 부회장 등이 지수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범LG가인 LS그룹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등도 지수면 출신이다. 구씨(범LG)와 허씨(GS) 가문에 속한 기업인 중 지수면 출신은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도 지수면을 거쳐갔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옆 지역 진주 허씨 가문의 허순구씨와 혼인한 둘째 누나 이분시씨를 따라와 지수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효성그룹 고 조홍제 창업회장도 생가는 경남 함안이지만 지수면에서 유년기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가들을 배출한 경남 진주시 지수초등학교. 교정 가운데 큰 나무가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 등이 함께 심은 소나무다. (사진=연합뉴스) 
 

국부(國富)들의 뿌리 ‘지수보통학교’

지수면에서 ‘재벌양성소’로 불리는 곳은 지수보통학교(현 지수초)다. 이병철은 1910년생, 구인회는 1907년생, 조홍제는 1906년생이다. 따라서 세 사람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이 학교를 다닌 것이다. 이들 외에도 범LG가와 GS가의 주요 기업인들이 지수보통학교 출신이다.

특히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은 3살 차이지만 구 회장이 1921년부터 3년여, 이 회장이 1922년부터 6개월여 간 지수초에 다녔는데, 둘은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1922년 이 학교 출석부를 보면 이병철은 26번, 구인회는 6번으로 적혀있다.

조홍제도 구인회, 이병철과 절친했다. 조홍제와 구인회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중앙고보 동문이기도하다. 또 조홍제는 이병철의 형 이병각과도 동갑이라 친했다 그래서 이병철도 조홍제를 형이라 불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사람이 세운 기업의 명칭에는 전부 ‘별 성(星)’자가 들어있다. 삼성, 효성, 금성(LG의 전신)이다.

LG가와 삼성, 효성, GS가는 여러 동업·혼맥 관계를 맺었다. 이병철과 구인회의 우정은 계속 이어져 사업을 같이 하기도 했으며, 구인회의 3남 구자학(아워홈 회장)과 이병철의 차녀 이숙희가 1957년 결혼해 사돈지간이 됐다.

이병철은 1948년 무역업을 시작할 때 조홍제와 동업해 삼성물산을 함께 키웠다. 조홍제가 독립해 1957년 세운 회사가 현 효성의 모체인 효성물산이다.

이병철은 또 LG 공동 창업주 허만정의 장남인 허정구 전 삼양통상 회장과 제일제당·제일모직 등을 함께 창업했으며, 허정구는 1960년대초 삼성물산의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앞서 이병철의 둘째누나는 허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고, 이병철의 매형이 된 사업가 허순구씨는 삼성가가 삼성상회 등을 운영할 때 도움을 줬다.

 

전설로 내려오는 ‘남강 솥 바위’. 구한말 한 도인이 저 바위에 앉아 ‘반경 20리(약 8㎞) 안 3명의 국부(國富) 탄생’을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그 3명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LG 창업주 구인회, 효성 창업주 조홍제였다. (사진=연합뉴스) 

 

영욕의 세월 품은 ‘재벌 소나무’

이런 역사로 재벌의 산실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서는 ‘남강 솥 바위’와 ‘재벌 소나무’가 유명하다.

함안과 의령의 경계인 남강에 있는 솥 바위는 갈수기에 바위 아랫부분까지 보이는데 다리가 3개인 솥처럼 생겼다. 3개의 다리는 각각 이병철(의령 정곡면), 구인회(진주 지수면), 조홍제(함안 군북면)의 생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의 생가는 솥 바위를 기점으로 모두 20리(약 8㎞) 안에 모여 있다. 구한말 한 도인이 이 바위에 앉아 “3개의 발들이 가리키는 주변 20리 안에서 나라를 움직일 큰 부자가 태어난다”고 말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재벌 소나무’는 지수초 교정에 있다.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이 함께 학교를 다닌 동창들과 개교 이듬해인 1922년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재벌 소나무라 불린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모교가 학생 수 감소로 쇠락하자 2002년 종합체육관을 지어 기증하기도 했다. 이 체육관은 구자경의 호를 따 ‘상남관’이라 불렸다.

하지만 지수초는 2009년 끝내 폐교돼 인근 송정초와 통합됐다. 이 즈음에 재벌 소나무는 학교의 운명을 알기라도 한 듯 시름시름 앓았다고 한다. 고사 위기에 처하자 학교 측이 갖은 노력 끝에 살려냈다.

폐교된 학교 터에 지금도 재벌 소나무는 그대로 있다. 언젠가 어린 학생들이 다시 돌아와 세계를 이끌기를 바라듯.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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