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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아시아나 인수전’에서 10대그룹은 정말 사라졌을까

“사모펀드 뒤에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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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9.10 11:26:23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미래에셋대우, KCGI 등 금융투자업계의 큰손들이 참여해 그 의도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왼쪽), 강성부 KCGI 대표. (사진=CNB포토뱅크)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예비입찰에서 후보군이 확정되었음에도 여러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인수전이 극도의 눈치작전과 보안 속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수면위로 부상한 사모펀드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들 뒤엔 누가 있는걸까. (CNB=도기천 기자)

사모펀드들 등장에 재계 ‘촉각’
고도의 눈치작전 속 ‘쩐의 전쟁’
제3기업 ‘깜짝 등장’ 가능성도


이번 인수전에 물음표가 제기된 이유는 재계순위 10위권 내 대기업그룹이 전부 불참한데다, 이들이 실종된 자리에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강성부 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5곳이 도전장을 냈다. 이중 미래에셋대우, KCGI, 스톤브릿지는 재무적투자자다. 이들 모두 쇼트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됐다.

당초 인수후보군 하마평에 올랐던 GS, SK, CJ, 한화, 롯데, 신세계 등은 전부 불참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아시아나의 재무상황과 항공업 전망을 볼 때 주요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무려 9조5988억원에 이르는데,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봤다. 대한항공과 달리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임대)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률이 낮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전반에 팽배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하게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룹 전반이 부실해졌고,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할 처지가 되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인수는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 본사(왼쪽)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로고. (사진=CNB포토뱅크)

 

대기업 빈자리에 펀드들 “왜”

하지만 이 정도로는 대기업들이 이번 인수전에서 ‘실종’된 상황을 설명하기가 부족해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상액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1조5천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경제시민단체들은 지난해말 기준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잉여현금)이 사상최대인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10대그룹 입장에서 보면 1조5천억원 안팎의 인수자금으로 인해 그룹이 휘청거릴 일은 없다.

더구나 인수 후보군에 오른 기업들은 모두 항공업과의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되는 곳들이다.

SK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11조원(작년말 기준)이 넘는데다 SK이노베이션이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최고의결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한 점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호텔신라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면세점과 호텔사업이 항공업과 연계성이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의 물류사업이 항공업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회자된다. CJ헬로비전을 LG유플러스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이 8000억원인데다 현금성 자산이 1조원이 넘어 실탄은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함구하거나 부인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내걸린 아시아나항공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성부’ 선택에 쏠린 눈

대기업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음에도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이번 예비입찰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사모펀드(PEF)들 때문이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사모펀드, 증권사 등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먹튀(재매각) 등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사모펀드사는 인수합병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아 자금을 조성한 뒤 거기서 나오는 펀드운용보수로 먹고 사는 곳”이라며 “더구나 채권단이 (재무적투자자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에게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므로 파트너 없이는 본입찰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이들이 누구와 손을 잡았느냐가 관심사다.

우선, 스톤브릿지는 대형 PEF가 아닌데다, 과거 대기업들과 투자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애경그룹 계열회사인 애경산업의 지분 8.16%를 600억원에 인수했다가 최근 850억원 가량에 전량 매각하면서 25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또 2012년 SK인천석유화학 분사 당시 신한대체투자운용과 공동으로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8181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도 SK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등장도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KCGI는 강성부 대표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2018년 설립한 사모펀드다.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신생펀드지만 올해 초부터 한진그룹 오너가에 정면으로 맞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3월 정기주총 때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행사했고, 최근에는 한진칼 조원태·석태수 대표이사 및 전현직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한항공이 한진의 핵심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또한 강성부 대표의 항공업 개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 대표가 최근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밝히겠다 공언해놓고, 이번 예비입찰에서 전략적투자자(SI·실제 경영을 목적으로 투자한 기업)를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앞서 강 대표는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업종의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침해’ 우려 목소리도

채권단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게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제3의 대기업이 이들 펀드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NB에 “원칙적으로는 예비입찰에 들어오지 않으면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채권단이 우량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면 본입찰에 참여시키겠다는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 매각의 흐름을 점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사들이 매각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SI(전략적투자자)를 끼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회사 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처분, 매매차익을 챙기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경영주 입장에서는 지분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가능성이 존재해 정식 매매계약 체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단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조만간 본입찰과 실사를 거쳐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연내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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