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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종횡무진 ‘이유 셋’

“안팎 위기 정면돌파” 시즌2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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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6.04 11:31:3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에만 수원사업장 등 생산라인을 3차례 둘러봤으며, 지난 주말에는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관련 업계를 긴장시켰다. 밖으로는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도쿄로 날아가 일본의 양대 통신사를 방문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및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는 등 정치권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삼성에선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이 부회장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속내는 뭘까. (CNB=도기천 기자)

안팎 위기에 혁신 페달 ‘가속’
재판·경영 별개 “흔들림 없다”
‘일타이피 전략적 행보’ 시선도


올해 들어 이재용 부회장만큼 주목받는 재계 인사는 없다. 매머드급 투자계획 발표, 문재인 대통령의 삼성 사업장 방문 등 깜짝 뉴스에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까지 이 부회장은 사흘이 멀다하고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재용식 혁신 드라이브는 지난해 8월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에서 시작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성장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80조원(국내 투자 130조원)을 투자해 4만명 규모의 신규 고용을 추진한다는 플랜이다. 삼성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이 50조 437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80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약 4년간 번 돈 전부를 쏟아 붓는 셈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73조원,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반도체 비전 2030)를 세운 상태다.

이는 사실상 삼성의 ‘시즌2’를 의미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여파로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고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크게 위축됐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언론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대규모 투자플랜은 새로운 삼성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사를 털어내고 미래먹거리에 올인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블라인드 캡처)
 

주말에 사장단 소집 “왜”

이 부회장은 이에 따라 현장점검과 생산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월에는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을 둘러본데 이어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과 사업전략 회의를 가졌다. 4월에는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지난 1일에는 주말임에도 화성 사업장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CEO들과 대책회의 가졌다. 이 부회장이 주말에 사장단 회의를 연 건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회의 자리에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초격차’는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저서 제목으로, ‘압도적으로 앞서지 않으면 제아무리 1등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부회장은 정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청와대가 초청한 신년회에 참석한데 이어, 1월 15일에는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려울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수원 공장에서 이뤄진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간담회 때는 “중소기업과 협력해 청년 인재를 적극 양성 하겠다”며 일자리 창출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며,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삼성의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의 투자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한 듯 기회 있을 때마다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때는 “투자·고용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으며, 지난 주말 사장단 회의에서는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흔들림 없이 계획을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런 모습을 미중 무역분쟁으로 악화된 글로벌 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보호무역 장벽과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삼성이 계획대로 투자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의 메시지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위해 ‘광폭 행보’

실제로 삼성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수익의 7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의존률이 높지만 반도체 가격은 하락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8달러 선에서 정점을 찍었던 D램값은 지난달 기준 3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D램값이 3달러대에 진입한 건 2016년 9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반도체 굴기(屈起)’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2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 경쟁사들은 삼성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에 그쳤는데,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삼성에게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시스템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을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안으로는 조직 정비와 분위기 쇄신에 주력하면서 밖으로는 글로벌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올 들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일본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지 정부·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고, 지난달에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와 KDDI 본사를 방문해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만나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기업의 역할을 놓고 조언을 구했고, 삼성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안내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 부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재판은 재판” 갈길 간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의 달라진 모습을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재판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이달 예정된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강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재판에 구애받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3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와 관련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는 실적 악화와 삼성 관련 재판 등 여러 상황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며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삼성의 차세대 투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세계 시장에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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