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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100년-겨레와 함께한 기업④] 민족정신에 뿌리 둔 윤리경영,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당할 때 당하더라도 구국운동 지원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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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04.26 11:44:52

LG그룹 창업자인 연암 구인회 회장. (LG그룹 제공)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현실에도 아랑곳 않고 ‘해방의 마중물’이 된 기업인들이 있다. 소화제를 팔아 독립군 자금을 댄 동화약품 민강 사장, 독립군 자금줄이 된 백산상회 설립에 참여한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직접 광복군이 된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 온 집안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 일가 등 숱한 기업인이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했다. 이에 CNB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이들의 숭고한 발자취를 연재하고 있다. 네 번째는 일제감정기 때부터 현재까지 한결같이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을 지원하고 있는 LG가(家) 이야기다. (CNB=도기천 기자)

 

관련기사: [겨레와 함께한 기업①] 대한제국의 자존심 ‘동화약품’

               [겨레와 함께한 기업②] 유일한 박사 독립정신 잇는 유한양행·유한킴벌리
               [겨레와 함께한 기업③] 창업주 일가의 민족정신 잇는 교보생명


 

독립운동 지원→유공자 후원으로
선대 뜻이어 열사 기념시설 지원
‘민족 정신’이 ‘윤리 경영’의 뿌리


충칭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기념관, 매헌 윤봉길기념관, 우당 이희영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만해기념관, 도산 안창호기념관, 심산 김창숙기념관…

LG가 개·보수를 지원한 독립운동 관련 시설들이다. LG가 이처럼 애국지사들의 뜻을 이어가는 뿌리는 구인회 창업주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의 도발로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7월, 당시 경남 진주에서 ‘구인상회’라는 포목상을 경영하고 있던 구 창업주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당시 유림 사회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혔던 ‘백산 안희제’ 선생이었다.

근 20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구 창업주는 쉽게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과거 조부인 만회 구연호(晩悔 具然鎬) 공과 안희제 선생의 친척인 안효제 교리(조선시대 문관 벼슬)가 한양에서 같이 지냈는데, 두 사람의 만남 자리에 소년기의 구 창업주가 여러번 함께 했기 때문이다.

 

구인회 창업주가 1931년 설립한 구인상회(LG의 전신)의 당시 모습. (LG그룹 제공)

백산 선생은 부산에서 ‘백산상회’를 경영하며 상해임시정부를 후원하던 독립운동계의 거물이었다. 1927년 일제의 탄압으로 폐업했지만, ‘백산상회’는 당시 국내 최대의 독립군 비밀자금 루트였다. 구 창업주의 사돈이자 GS그룹의 뿌리인 허만정 옹이 설립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병 치료차 잠시 귀국했던 백산 선생은 만주로 돌아가기 전, 독립군 양성을 위한 자금 1만원을 부탁하고자 구 창업주를 찾아온 것. 1만원은 당시 80kg짜리 쌀 500가마니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구인상회가 1931년 자본금 2천원으로 설립된 점으로 보면 그 다섯 배에 이르는 돈이다.

특히 당시 일제로부터 지명수배를 받고 있던 백산에게 독립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일제가 알게 된다면, 사업은 물론이고 집안까지 풍비박산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 창업주는 “당할 때 당하더라도 나라를 되찾고 겨레를 살리는 구국운동에 힘을 보태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뜻 1만원을 내놨다.

이런 결심에는 구 창업주의 부친인 춘강 공이 1930년경 의령 출신의 독립운동가 일정 구여순(一丁 具汝淳) 선생을 통해 당시 상해임시정부 김구 주석에게 독립운동 자금 일화 5000원을 지원한 일이 영향을 미쳤다.

비록 백산 선생은 일제 경찰에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1943년에 숨을 거두었지만, 일제감정기에 그가 국내에서 모금해 임시정부에 보낸 자금은 20여만원으로 독립에 큰 보탬이 되었다.

‘애국지사 숨결’ 보존 나서

LG그룹은 이러한 창업주와 애국지사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독립유공자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 국가보훈처와 함께 국내외의 노후화된 독립운동 관련 시설을 개보수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충칭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기념관, 매헌윤봉길기념관, 우당이희영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만해기념관, 도산안창호기념관 등 모두 7곳에 도움을 줬다.

건축장식자재 전문기업인 LG하우시스를 통해 창호, 출입문, 바닥재, 조명 등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결과 관람객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LG하우시스의 지원으로 새단장한 만해기념관에서 기념관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전시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는 ‘독립운동 거목’인 심산 김창숙 선생 기념관 등 두 곳의 독립운동 관련 시설 개선에 나섰다.

경북 성주 출신의 유학자였던 김창숙 선생은 일제강점기 유림을 이끌며 민족운동과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다. 서초구 반포공원 안에 위치한 심산 김창숙기념관은 2011년 개관했는데, 기념관 내 위치한 청소년 독서실 등을 이용하는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바닥재 등이 상당히 노후화된 상태다.

LG하우시스는 바닥재, 강화목재 등 자재를 무상 지원해 기념관의 시설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노후화된 독립운동 관련 시설 한곳을 추가로 지정해 새단장 한다.

또 올해 6명의 국가유공자 및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자택도 개보수할 계획이다. 앞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독립유공자 및 후손 8명과 6.25 참전용사 8명, 해외 참전용사 3명 등 총 19명을 선정해 이들의 자택에 창호, 바닥재, 엔지니어드스톤 등의 자재를 활용해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중에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인 유장부 씨 가족의 서울 동대문구 소재 노후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LG 오너 집안은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단 한 번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적이 없다”며 “선대 때부터 내려오는 민족기업 정신이 후대에 이르러 윤리경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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