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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프로젝트(5)] 확 변한 북한…패션·섬유업 북상한다

‘고양이뿔 빼고 다 있다’는 ‘장마당’ 공략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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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5.29 10:14:35

▲지난 4월 남측예술단의 평양 공연 당시 거리 풍경. 여성들의 옷차림이 밝고 세련돼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질 전망이다. 이에 CNB는 남북경협의 수혜주로 떠오른 기업들을 기획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패션·유통 분야를 다뤘다. (CNB=도기천 기자) 



천연색 평양 거리, 세련된 북한 여성들
남북교류 후원해온 현대百, 평양 1호점? 
개성공단 패션기업 北시장 진출 가능성


“회색빛 평양이 파스텔톤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합동 공연에 출연한 남측 가수들은 달라진 평양의 모습에 감탄했다. 과거 북한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씨 등은 “여기가 그때 왔던 곳이 맞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과거 평양을 찾았던 2002년~2003년경만 해도 북한 당국은 여성의 치마 길이나 헤어스타일, 귀걸이 등을 단속했다. 주요 건물들은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붉은색 선전문구로 덮였다.   

▲세련된 옷차림의 한 평양 여성.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금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건물들은 녹색, 분홍색 등 파스텔 색조로 칠해져 있었고, 외벽이 통유리로 된 건물도 많았다. 

여성들의 옷차림은 세련되고 자연스러웠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은 서울 여성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으며, 트렌치코트와 명품가방 등을 두른 이들도 종종 목격됐다. 

최근 탈북자들에 따르면 서울광장보다 큰 장마당이 북한 전역에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자제품과 휴대폰, 화장품, 옷가지 등 수천가지의 생활용품이 거래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달러만 주면 탱크도 구해준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고 전한다. 북에서는 시장경제를 겪으며 자란 젊은 소비층을 ‘장마당 세대’로 부른다. 

▲북한 장마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장마당 세대’ 블루오션 등극    

이런 변화는 국내 패션·유통기업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북한이 개방될 경우, 현대백화점이 ‘북한진출 1호 백화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과 현대가(家) 기업들 간의 오랜 인연이 배경이 되고 있다. 

최초의 남북경협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대아산이 북한과 SOC사업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그룹이 2000년 ‘왕자의 난’을 거치며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분리되긴 했지만, 여전히 남북경협의 기득권은 범(凡)현대 기업들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지선(46) 현대백화점그룹은 회장은 현대가(家) 3세(정주영 회장의 손자) 기업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음으로 양으로 남북교류에 기여해왔다.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급식을 담당해왔으며,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열렸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는 직원들이 매번 방북해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서빙을 책임졌다. 

또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때 만찬상에 오른 서산한우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제공한 것이다. 서산한우는 고 정주영 회장이 과거 소떼 방북을 위해 운영했던 충남 서산 농장에서 생산되는 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평양 진출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밝혔다. 

▲신원 베스띠벨리. (신원 홈페이지)


‘개성공단→평양쇼핑몰’ 직거래 열리나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인 신원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신원은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 씨, 비키, 이사베이 등으로 알려진 패션 기업이다. 

2004년 국내 패션의류 업체 중 처음으로 개성공단에 입주해 2005년 개성공단 1호 제품을 만들었다. 개성공단 내에 국내와 해외 투자법인 명의로 분양을 받아 2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작년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4.4% 감소한 8억원에 그쳐 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신원 측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전체 매출의 13%가량이었던 개성공단 생산품의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본격화되면 장마당·백화점 등에 직접 의류를 공급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기독교 기업인 신원의 특성상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옷매무새가 북쪽 스타일과 잘맞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작년 연말 2000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50%이상 치솟아 현재 3000원 대를 넘나들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조이너스, 꼼빠니아와 남성복 브랜드 트루젠으로 알려진 인디에프도 비슷한 이유에서 대북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인디에프는 최근 몇 년간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6년 만에 흑자 전환해 공단 재개 기대가 크다. 인디에프 1차 개성공장은 부지면적 1만7천㎡(5400평)에 지상 2층 공장과 4층짜리 사무동 건물 등 건축면적만 7600㎡(2300평) 규모에 이른다.

란제리·속옷·기능성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는 ‘좋은사람들’도 주목된다. 2007년부터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해온 이 기업은 한때 개성공단 생산량을 전체의 20%까지 늘렸다가 2016년 폐쇄 후 캄보디아 공장에서 물량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 남측예술단의 평양 공연 당시 거리 풍경. 평양 고려호텔 인근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 패션·섬유기업들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북한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의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지원을 공언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의 길로 갈 경우, 대북사업 기득권을 가진 이들 기업이 북한 의류시장에 진출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패션·섬유업체는 전체 입주기업(123개사)의 59%(73개사)에 달한다.

남북경협포럼 이승재 사무처장은 CNB에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쇼핑몰과 개성공단 패션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북한에 진출할 수도 있다”며 “북한의 낮은 인건비와 우수한 숙련도를 활용해 개성공단에서 의류를 생산한 뒤 평양의 한국백화점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고 전망했다. 

과거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해 국내와 동남아 등지에서 소비하는 패턴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다시 재개될 대북사업은 우리기업이 직접 북한 시장에 진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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