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오리온의 ’MB 당선축하금’ 의혹을 수사한 결과 ‘혐의 없다’고 결론 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MBC가 다시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고 있었던 지난 14일 밤 서울중앙지검. (사진=연합뉴스)
MBC가 오리온 전 임원의 말을 인용해 ‘검찰이 오리온그룹의 ’MB 당선축하금’ 상납 의혹을 은폐하려 했다’는 취지로 보도한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MBC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CNB=도기천 기자)
A씨 “당선축하금 의혹 검찰이 은폐”
당시 수사검사, 내부게시판 통해 반박
오리온 “재탕삼탕 우려먹기” 법적대응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6일 오리온 전직 임원 A씨의 주장을 통해 “오리온그룹이 이화경 부회장의 지시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당선축하금과 세금무마용 등으로 1억원을 전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특히 A씨는 MBC에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당선축하금을 전달한 사실을 다 털어놨으나, 검사가 그런 진술 내용을 조서에서 빼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간 뒤 검찰 내에서 이에 반박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CNB에 “MBC 보도가 나간 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당시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됐고, 당선축하금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 글은 당시 수사를 진행한 담당 검사가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글의 내용과 당시 검찰의 수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012년 5월경 ‘오리온그룹이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피부과 의사 B씨에게 2억원을 줬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A씨로부터 ‘2008년 봄경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의 지시로 대통령 당선축하금으로 1억원을 피부과 의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필진술서를 받았다.
이후 수사팀은 ‘2억원’과 ‘1억원’에 대해 B씨와 그 가족 및 병원 등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였고, 휴대폰 포렌직, 주거지 및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관련자 조사 등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특히 당선축하금 용도로 지목된 1억원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A씨와 B씨의 대질신문까지 벌였다.
이 결과 이명박 대통령 측에 돈이 전달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아 ‘1억원’에 대한 수사는 종결했다.
하지만 나머지 2억원은 세무조사용으로 오리온 측이 B씨에게 전달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B씨가 이 돈을 세무당국에 전하지 않았으며, B씨가 그만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도 아니었다. 검찰은 B씨가 처음부터 돈을 노리고 오리온 측에 접근한, 일종의 사기극으로 결론 내렸다.
따라서 “검찰이 당선축하금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 조서에 적힌 당선축하금이라는 용어를 빼자고 했다”는 A씨의 주장(MBC보도)은 검찰의 기존 수사결과와 배치된다.
다만 검찰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MB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때에 (오리온의) 당선축하금이 없었다고 밝히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리온은 MBC 보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A씨는 계열사 전 사장으로, 오리온계열사인 스포츠토토에서 수십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횡령·배임)로 2012년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오리온 최고경영진에 대해 지속적으로 음해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오리온과 A씨 간에는 다수의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데, 여론의 주목을 받기위해 과거에 이미 사실무근으로 결론 난 사안을 재가공해 퍼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오리온을 상대로 신사업 성공의 대가로 지급키로 한 주식 관련 약정금 청구소송과 담철곤 회장 부부의 가구 구입비 대납과 관련한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약정금 청구소송의 경우 A씨가1심에서 패소했다.
반대로 오리온 측은 A씨를 상대로 추심금 청구 및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